최 권한대행 ‘쌍특검’ 거부 이유… 특검 정치적 중립 담보할 수 없어

입력 2025-01-02 03:1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국회에 ‘쌍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 재의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대법원장이 특별검사를 추천했던 ‘이명박 BBK 주가조작 특검법’ 사례를 거론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야당 독점의 특검 추천 방식을 ‘수용 불가’ 이유로 든 것이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제출한 내란 특검법 및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서에서 “특별검사 제도는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검에 의해 수사·기소·공소유지가 되게 하는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권력통제의 기능을 가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의 본질을 ‘권력통제’로 명시한 대목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 진상규명 특검법’과 관련한 2008년 1월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정부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네 차례 재의요구서를 보내면서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헌재 결정문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해당 특검법은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후보를 추천한 이른바 제3자 추천 방식으로 의안됐다. 헌재는 헌법소원심판에서 “특검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권력형 부정비리 등을 수사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임명 권한을 헌법기관 사이에 분산하는 것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힘들다”며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정부는 이번 재의요구서에서 야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토록 한 쌍특검법에 대해 “국가권력의 ‘통제’가 아닌 ‘융합’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검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수 없어 국회와 수사기관의 상호 견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는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를 구현하고자 하는 특검 제도 취지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모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서에는 “이 법안의 수사대상에 규정된 ‘국정개입’ ‘인사개입’ ‘구명로비’ ‘국정농단’ 및 ‘선거에 개입’이라는 용어는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불명확한 용어”라며 “특검 등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었다.

또 내란 특검법 재의요구서에는 “군사상·공무상 비밀 등에 대한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해 국방·외교상 큰 위해를 초래하거나 업무상 비밀이 노출돼 개인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여당은 곧 있을 쌍특검법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을 예고했다. 다만 쌍특검법 수정안에 대한 논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구자창 이종선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