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혐의는 사기 등 8건… 최고 100년 이상 징역형

입력 2025-01-01 18:46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로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권도형(사진) 전 테라폼랩스 대표는 이제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을 다뤄온 뉴욕 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권씨는 사기 등 8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징역 100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검은 2023년 3월 권씨를 시세조종 공모 및 사기 공모, 증권사기, 상품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뉴욕 검찰은 해외에서 도피하던 권씨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자마자 그를 기소했다. 이후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구금된 상태로 한국행을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 31일 미국으로 송환됐다.

뉴욕 검찰은 권씨가 2019년 10월 방송 인터뷰와 2020년 10월 테라폼랩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사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거짓 정보를 퍼뜨려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한 테라의 안정성을 허위로 보여주기 위해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는 통상 미국 달러화와 동일한 가격으로 설정되지만, 테라는 2022년 5월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연계 토큰인 루나와 함께 하락했다. 당시 테라와 루나는 서로의 가치를 연쇄적으로 끌어내려 하루 만에 90% 넘게 폭락했다. 세계 투자자들의 손실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는 “권씨가 증권사기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서만 각각 최대 징역 20년씩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권씨의 8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40억 달러(약 94조원) 규모의 다단계 사기 사건을 일으킨 월가 금융사범 버나드 메이도프의 경우 2009년 징역 150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2021년 형기를 130년 이상 남기고 사망했다.

다만 미국의 유연한 양형 지침에 따라 권씨의 형량이 예상보다 가볍게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3월 1심에서 사기 등 7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지만 당초 예상된 115년보다 적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메이도프와 뱅크먼-프리드는 모두 뉴욕 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