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풍랑 맞닥뜨린 한국 증시, 올해 상저하고 예상

입력 2025-01-02 00:21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둔 한국 증시가 새해 반등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국내의 정치적 혼란 등으로 연초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불확실성이 걷히는 2분기 즈음부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1일 제시한 올해 예상 코스피 범위는 최소 2250에서 최대 3200으로 넓게 퍼져 있다. 예상 범위가 가장 넓은 곳은 SK증권으로 2416~3206을 제시했고, 신한투자·키움·LS·대신·유안타 등도 코스피가 30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증권은 2350~2900, 신영증권 2260~2870, NH투자증권은 2250~2850, iM증권은 2250~2750을 범위로 설정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초엔 한국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측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정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국내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판결 등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기업의 2025년 실적 전망치도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비관이 커지다 보니 자금 이탈도 가속하며 증시 체력이 약해진 점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넘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있다.

다만 2분기 이후부턴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상저하고’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주가가 과도하게 낮아진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국내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신정부 출범과 경기 부양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1분기 미국 증시의 조정이 나타나면 약세를 피하기 어렵겠으나 조정 폭은 상대적으로 작겠고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주가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2013, 2018~2019, 2022~2023 조정 장세를 복기해 보면 주가가 저점을 지난 뒤에도 실적 추정치가 하향하는 기간에는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움직였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이 조정을 받았고 9월부터 새해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기 시작했으므로 연초 상승은 어렵지만 2분기쯤을 기준으로 상승세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 주식 비중 확대를 추천하는 의견도 많았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한국 증시는 가치 투자자라면 충분히 투자를 고민해볼 만한 가격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도 금융 통신 등 가치주와 고배당주의 강세를 전망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은 조선 방산 정보기술 소프트웨어 엔터 등을,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 국면에서 AI 에이전트(비서)와 데이터센터 등을 유망 투자처로 추천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