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언제나 느긋하고 유쾌한 ‘적당씨’.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보니 벌써 회사에 지각이다. 당황하지만 이내 한마디 한다. “뭐 어때.” 여유 있게 아침 식사도 즐기고 넥타이가 삐뚤빼뚤해도 괜찮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걸어 버스를 탔다. 신문을 읽다 보니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쳤지만 적당씨는 그래도 좋다. 평소와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으니까.
바닷가에서 내려서는 수영을 즐긴다. 이런, 벗어 놓은 옷이 바다에 떠밀려 갔다. 적당씨는 느긋하다. 팬티 바람으로 천천히 회사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걷다 보니 회사다. 이미 늦은 시간. 경비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쩐 일이냐고 묻는다. “일하러 왔지요.” “오늘은 일요일, 쉬는 날이잖아요.” 적당씨는 “그럼 오늘은 지각은 아니었네. 뭐 어때”라고 말한다. 유쾌한 상상으로 각박한 세상을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