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후원 ‘뚝’… “선한 손길 절실해요”

입력 2025-01-02 03:03
연탄은행 제공

전 세계 경제불황과 12·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연탄을 후원하는 도움의 손길도 얼어붙었다. 한번 움츠러든 분위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어르신들의 겨울이 더욱 추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연탄후원은 54만4440장에 그쳤다. 전년 대비 68%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모금을 통해 답지한 연탄은 132만8030장에 불과했다. 당초 목표였던 300만장의 44.2% 수준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것도 후원 감소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까지 겹치며 기업과 개인 후원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연탄은행의 설명이다. 교회와 성도들의 후원 역시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여전히 많다. 현재 전국 7만4000여 가구가 연탄에 의지해 겨울 추위를 피하고 있다. 연탄공장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연탄 공급도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동대문구 이문동 연탄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동두천에서 연탄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고 강원도 원주 연탄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방 도시들은 연탄 운송비용 증가로 허덕이고 있다. 인건비마저 상승하면서 연탄 1장 가격이 최대 1500원까지 올랐다.


연탄에 기대어 겨울을 나는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70세 이상으로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다. 이들 가정에서는 하루 8~10장의 연탄을 사용한다. 하지만 연탄 구매에 부담을 느낀 이들은 대량 구매 대신 낱장으로 구매해 근근이 아끼며 겨울을 나고 있다. 어르신들이 산 중턱에 있는 집까지 연탄을 직접 들고 와야 하는 것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르신에게 연탄은 단순히 난방을 위한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생존이 걸린 삶의 일부”라며 “어르신이 더는 연탄을 때지 않을 때까지 나눔운동을 지속할 것이다. 이웃을 위한 선한 영향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후원은 규모 있는 교회와 유명 인사를 중심으로 근근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후원 감소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연탄은행은 연탄 저금통 제작과 ‘연탄 아너스 리더스클럽’ 캠페인을 통해 후원을 독려하며 단체와 개인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허 목사는 “난방 취약계층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성도,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