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인왕산 기슭에 있는 요나3일 영성원(원장 이에스더 목사)은 새해 첫날 아침부터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방문객은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성도들과 해외에서 일시 귀국한 선교사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은 50개의 기도실에 번갈아 들어갔다. 1.6㎡(0.5평)가 안 되는 협소한 공간에서 크고 작은 기도 소리가 들렸다. 두 팔을 올리거나 성경을 품에 안는 등 기도 자세도 다양했다.
또 다른 넓은 공간에서는 찬양을 부르고 자신의 간증을 털어놓는 나눔에 한창인 성도들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초면임에도 신앙 안에서 하나 된 그리스도의 형제자매들인 만큼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어울렸다. 3명의 가족이 앞에 나와 특송을 부르는 시간도 마련됐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부른 찬양은 청중을 감동시켰다.
요나처럼 육신의 생각을 끊고 하나님부터 찾은 이들은 저마다 기도 사연을 갖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은현진(44) 집사는 얼마 전 8살 막내아들이 맹장염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의료공백으로 인해 5시간 동안 병원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가까스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만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은 집사는 “새해 첫날 퇴원한 아들과 함께 기도와 예배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고 이곳에 왔다”면서 “올해는 온 가족이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을 잘 감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선교 활동에 매진했던 전영균(62) 선교사는 최근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 둘째 딸이 승무원이기에 비통함이 더욱 컸다고 전했다. 그는 ‘기도만이 답’이라고 생각해 새해 첫날 영성원으로 달려왔다. 전 선교사는 “국가적 애도 기간이기에 하나님께 특별히 기도하기 위해 찾았다”면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의 아픔에 동참하고 승무원 가족을 둔 동병상련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성원에서 일정을 마친 성도들은 올해 신앙 안에서 거할 것을 다짐하며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장덕봉 요나3일 영성원 원목은 “지난해엔 어느 때보다 아픔이 컸던 만큼 새해 첫날부터 신앙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았다”며 “기도 처소는 언제나 시련 속에 있는 성도와 교회, 사회를 하나님께로 연결하고자 애쓴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