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하락세… 올해 실적 HBM에 달렸다

입력 2025-01-01 18:39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던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는 악화한 업황에 고전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 제품의 수익성 하락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성적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반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세는 올해 내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쓰이는 스마트폰·PC의 과잉 재고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중국 업체와의 경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10~15%, 일반 D램 가격이 8~13%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20년 동안 반도체 사이클의 지속 기간은 1.5~2년이었다”며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형 반도체의 공정 전환에 나섰지만 최신형 모델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구형 D램인 DDR4를 주로 생산하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달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도 공급되는 DDR5 제품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AI 반도체 수요는 지난해에 이어 날개를 달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182억 달러(27조원)였던 글로벌 HBM 시장이 올해 467억 달러(69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추론형 모델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서버 확보 경쟁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HBM 경쟁력 확보를 통한 매출 확대가 더욱 중요해졌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 8단은 물론 12단 시장에서도 기술력 선두를 유지하고 있어 호실적이 예상된다. 올해 전 세계 HBM의 70% 이상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큰손’ 엔비디아의 가격 정책 역시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엔비디아는 업계 선두인 1순위 공급사에 2, 3순위 공급사보다 유리한 가격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목표로 했던 HBM3E(5세대 HBM) 8·12단 제품 품질 검증(퀄 테스트) 통과가 중요한 과제다. 현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다른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D램을 탑재한 HBM4(6세대 HBM)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