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나 산불 피해자들의 임시 거처는 마을회관이나 체육관, 강당인 경우가 많다. 거기에 매트를 깔거나, 간이침대를 설치해 머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사방이 터져 있어 옷 갈아입기도 어렵고, 특히 여성들이 지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도입된 게 실내 텐트다. 가구별로 텐트를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텐트에선 주변 소음이 들려 이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호텔, 모텔, 연수원 등을 확보해 거처로 제공하곤 한다. 재난을 당한 것도 감당하기 힘든데 불편한 곳, 소음으로 마음 가다듬기 어려운 곳에서 지내는 것은 또 다른 곤욕이기 때문이다.
음식도 중요하다. 재난 시 지자체나 봉사 단체가 배식차나 도시락으로 먹거리를 제공하곤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로선 황망한 일을 당해 먹을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어 대충 먹거나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는 곳 못지않게 재난 음식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흑백요리사’에 나온 안유성 셰프를 비롯한 요리사 30명이 1일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여객기 참사 피해 유족에게 전복죽 1000명분을 제공했다고 한다. 새해라 떡국을 준비하려다 힘든 시기에 기운 차리는 데 더 좋으리라 생각해 전복죽을 마련했다. 해녀들이 물질하면서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려고 먹었다는 전복죽은 산후 조리나 환자 기력 회복용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입맛도 없을 유족들을 위해 그나마 먹고 소화하기 편한 메뉴를 골랐고 영양까지 고려했을 것이다.
재난을 당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보내주는 도움과 마음 씀씀이는 일상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기왕이면 꼭 필요하고 유용한 도움이면 더 좋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구호품이나 먹거리, 옷가지보다는 재난 유형과 계절, 지역 환경, 피해자 분포 등을 살펴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면 피해자들한테 더 환영받을 것이다. 무안 참사 유족들한테도 그런 세심한 지원이 이뤄져 최대한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