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이 새해 첫날인 어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집단 사의를 밝혔다. 전날 최 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하자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유감을 담은 입장문을 낸 바 있어 항의성 사의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 무안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사회 전체가 불안한 이때 최 대행을 적극 보좌해야 할 대통령실이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최 대행이 “민생과 국정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로 했지만 대통령실의 행태는 참으로 무책임하고 경솔하기 짝이 없다 하겠다.
최 대행이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게 의외이긴 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됐다. 최 대행 본인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다”고 해 임명 거부 수순이 예상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모두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할 수 있다고 했고 지금의 불확실성을 속히 끝내지 않으면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였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란 엄중한 국면에서 헌재를 계속 비정상적 6인 체제로 놔둘 수도 없다. 고민 끝에 나온 결단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은 이후 국정에 빈틈이 없도록 최 대행에게 보좌와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게 도리인데 일종의 항명을 택했다. 대통령실이 무정부 상황을 부채질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민감한 정치적 가치판단을 권한대행의 대행이 일방적으로 내려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행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여긴 듯하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계엄이라는 ‘민감하고 황당한 정치적 판단’을 ‘일방적으로 내려 갈등을 심화시킨’ 윤 대통령에게 먼저 했어야 했다. 대통령실이 솔직한 여론의 창구가 되고 대통령에게 꾸준히 직언을 해왔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행체제를 야기한 일말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이 반성 없이 직무정지된 대통령 심기나 경호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국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대통령실의 집단 사퇴는 국정 마비를 가져온다. 국내외 환경 급변으로 2025년 경제·외교·안보 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사적인 감정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외면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사의를 속히 접고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는 각오로 국익과 민생을 위해 대통령실은 뛰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속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