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대형 참사로 화를 키운 것은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가 지목되고 있다. 동체 착륙 중에 속도를 줄이지 못한 여객기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폭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로컬라이저는 항행 안전시설의 일종으로,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 정확한 방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보통 비행기 안전을 위해 장애물을 최소화하고, 설치가 불가피한 경우 충돌을 대비해 부러지거나 파손되기 쉬운 재질로 제작된다. 미국 등 해외는 말할 것도 없고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공항안전운영 기준에도 로컬라이저는 잘 부러지는 구조로 세워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무안공항은 달랐다. 경사진 지형 때문에 로컬라이저가 둔덕 위에 설치돼 있었고 둔덕 자체가 단단한 콘크리트로 보강돼 있었다. ‘설마’ 사고가 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 이런 구조물을 만든 것이다. 해외 전문가들이 “무안공항은 최악의 설계를 가진 공항이며 장애물(콘크리트)이 없었다면 대부분 승객이 생존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번 참사도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참담할 따름이다.
이런 치명적인 구조물은 무안공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남 여수공항에는 4m 넘는 콘크리트 둔덕이 있고 경북 포항경주공항에는 2m 높이 둔덕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박혀있다. 전남 광주공항, 충북 청주공항도 마찬가지다.
이번 참사의 또 하나의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다. 하지만 철새 도래지로 둘러싸인 공항임에도 조류 퇴치 인력은 단 4명에 불과하고, 사고 당시에는 2명만 근무했다고 한다. 또 조류 탐지레이더와 열화상탐지기가 필수 장비인데도 비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정은 다른 지방공항도 비슷하다.
국토교통부가 전국의 공항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전국 공항에 설치돼 있는 로컬라이저 등 안전시설에 대한 재질 조사 등도 파악한다고 한다. 규정상 미비 사항은 없었는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사고로 이어질 구조물들은 빠른 시일 내에 모두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무안공항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