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차’ 폴스타 4 최고점… 잘나가던 전기차는 후진

입력 2025-01-02 18:14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매달 ‘이달의 차’를 선정해 발표한다. 전달 출시된 신차들을 평가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자동차에게 이 상을 준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신차 출시 후 가장 먼저 받는 외부 평가인 셈이다. 따로 선정위원회를 꾸려서 내·외부 디자인, 동력 성능, 편의사양, 안전성, 에너지 효율성, 상품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심사대상은 매달 5대를 넘지 않는다. 경쟁률이 세다고 할 순 없지만 완성차 제조사가 수년간 공들여 내놓은 신차들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이 결과를 예의주시한다. 이달의 차에 선정되면 한국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인 ‘올해의 차’(COTY·Car of the Year) 후보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달의 차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2024 이달의 차’로 선정된 12종의 자동차를 들여다봤다.

기아, 메르세데스 벤츠, BMW는 2종의 차량을 이달의 차 명단에 올렸다. 현대자동차, 토요타, 포르쉐, 르노, 폴스타, 지프가 1종씩 수상했다. 가장 높은 점수로 이달의 차에 오른 자동차는 ‘9월의 차’를 수상한 ‘폴스타 4’다. 50점 만점에 36.7점을 획득했다. 이어 BMW 뉴 530e(4월의 차·36점), BMW 뉴 X3(12월의 차·35.3점), 기아 EV3(7월의 차·35점), 지프 어벤저(10월의 차·35점) 순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전기차의 부진이다. 지난해 이달의 차에 선정된 순수 전기차는 기아 EV6, EV3, 폴스타 4, 어벤저 등 4종뿐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정한 100% 전기차 전환 시점은 다가오고 있는데 전년(6종)보다 오히려 2종이 줄었다. 올해 두드러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으로 인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1월의 차는 토요타 프리우스다. 1997년 세계 최초로 양산된 하이브리드차다. 최근 빠르게 확산하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연기관 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쓸 수 있는데다 외부 배터리 충전까지 가능해 에너지 효율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형 5세대 프리우스의 공인연비는 하이브리드가 ℓ당 20.9㎞,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ℓ당 19.4㎞다. 전기차 모드로 주행할 경우 최대 64㎞까지 갈 수 있다.

2월의 차로 선정된 벤츠 ‘더 뉴 E클래스’는 벤츠의 헤리티지(유산)를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우아함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면에 발광다이오드(LED) 고성능 헤드램프를 기본 장착했고, 후면 램프에는 벤츠 고유의 ‘삼각별’ 디자인을 적용했다. 수입차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티맵모빌리티와 손을 잡았다.

3월의 차도 벤츠가 차지했다. CLE 쿠페가 그것이다.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CLE 450 쿠페는 최고 출력 381마력, 최대 토크 51㎏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안전한 주행을 돕는 최첨단 보조시스템, 도로 조명 상태나 날씨 조건 등을 고려해 헤드램프 밝기를 최적화하는 디지털 라이트, 졸음운전 경고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4월의 차 ‘뉴 530e’는 하이브리드차의 효율성과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세단이다. 184마력 전기모터를 탑재해 기존 모델보다 출력을 63% 향상시켰다. 배터리 완충 상태에서 전기로만 최대 73㎞ 주행할 수 있다.


5월의 차는 포르쉐 파나메라의 몫이었다. E-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고성능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신형 파나메라는 대형 세단 가운데 가장 다이내믹한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9ℓ V6 터보 엔진 성능을 개선해 최고 출력 360마력, 최대 토크 51㎏·m를 발휘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5초, 최고 속도는 시속 270㎞에 달한다.

EV6가 6월의 차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인 EV6는 2021년 8월 출시 이후 세계에서 21만대 이상 팔렸다. 2022년 한국 브랜드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했고, 2023년에는 ‘북미 올해의 차’에도 올랐다. 신형 EV6는 별자리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을 장착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구현했다. 최대 주행거리도 기존보다 약 20㎞ 증가한 494㎞(롱레인지 이륜구동 모델 기준)에 달한다. 급속 충전 속도를 향상시켰다.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80%까지 채울 수 있다.

7월의 차로 선정된 EV3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아이페달 3.0’을 탑재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속도가 줄어들어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차량 중 처음으로 ‘스마트 회생 시스템(SRS) 3.0’을 적용했다.

르노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그랑 콜레오스를 내놨다.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1만5000대를 돌파하며 중형 SUV 시장의 ‘대어’로 자리 잡았다. 위원회는 이 차를 8월의 차로 선정하며 “넓은 실내 공간과 정숙성,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등 중형 SUV가 갖춰야 할 매력적 요소를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페형 전기 SUV 폴스타 4가 9월의 차에 선정됐다. 쿠페형 차량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뒷유리를 없애고 2열이 최대한 넓게 느껴지게 디자인했다. 차량 뒤쪽 시야는 후방 카메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팩을 강철과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감쌌고,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고전압 시스템을 차단하도록 설계했다.

10월의 차는 어벤저다. 지프가 가장 처음 내놓은 순수 전기차다. 전기차지만 지프의 정체성을 잘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유럽 출시 당시 브랜드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와 세계 여성 자동차 기자가 꼽은 ‘최고의 패밀리 SUV’를 거머쥐었다.

현대차의 신형 캐스퍼가 11월의 차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행시 차체를 둘러싼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는 휠 디자인을 적용했다.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와 크루즈 컨트롤을 탑재해 안전성을 끌어올렸다.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추가 사양으로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뉴 X3가 12월의 차에 이름을 올렸다. 뉴 X3의 가장 큰 특징은 승차감이다. 통상 SUV는 높은 차체 때문에 주행감이 세단에 비해 다소 거칠다. 뉴 X3는 차체를 낮추고 차체 길이와 폭을 늘려 세단과 비슷한 수준의 승차감을 구현했다. 위원회는 “X3는 커진 차체와 고급스럽고 강렬한 디자인을 겸비하고 있다. 최신 운영 체제인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OS) 9을 적용해 진보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