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31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우선 임명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민생 안정’을 그 이유로 들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정국까지 더해지며 심화한 국정 혼란 상황이 지속돼선 안 된다는 취지다.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극한 대치 중인 여야 사이에서 최 권한대행이 양쪽의 주문 사안을 하나씩 들어주는 고육지책을 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계엄으로 촉발된 경제의 변동성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와 권한대행 탄핵소추 이후 급격히 확대됐다”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연말연시 공연, 행사, 모임 등의 취소에 이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켜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털고 새해에는 사고 수습과 민생 안정을 위해 여·야·정이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여야 간 합의에 접근한 것으로 확인된 정계선·조한창 후보에 대해서는 즉시 임명하되, 나머지 한 분(마은혁 후보자)은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여야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해 여당 1명, 야당 1명, 여야 합의 1명을 추천해 왔다. 이번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기는 했으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명백한 추천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를 감안해 여야가 추천한 각 1명에 대해서만 임명권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각각이 추천한 2명의 후보자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겠다는 적극적인 ‘정치적 해석’을 내린 셈이다. 여야 합의 없으면 헌법재판관 임명도 없다며 직무정지를 택한 전임 한 권한대행의 판단을 180도 뒤집기는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최 권한대행 스스로도 “여야 합의를 통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온 헌정사의 관행을 강조한 전임 권한대행의 원칙” “그간 진행돼 온 여야 간 임명 논의 과정 고려” 등을 ‘선별 임명’의 이유로 들었다.
최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총리에 이어 12일 만에 또다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두 특검법 모두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도록 만들어지는 등 위헌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법상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또 “전례에 비해 과도한 수사 규모와 수사 기간에도 개선이 없었으며 수사 대상은 이전 특검법보다 오히려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두 특검법 모두 위헌적인 요소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독소조항을 딱 하나만 꼽기도 어려웠다”며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