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은 청구 33시간 만에 발부됐다. 흔치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자정 영장 청구’를 두고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31일 오전 윤 대통령의 내란수괴, 직권남용 혐의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공수처가 전날 0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뒤 33시간이 걸린 셈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앞두고 법원의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의 ‘0시 청구’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상 밤늦게 영장이 청구되더라도 법원에서는 일과 시간 중에 내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제시한 세 번째 출석 기한이 지나자마자 밤중에 영장 청구 작업을 해 법원 야간 당직실을 통해 영장을 바로 접수시킨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확실한 수사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것 같다”며 “체포영장은 수사 밀행성이 필요한데 청구 사실을 공개하는 것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다만 공수처는 체포영장 청구 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 첫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이 부장판사는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점 등 발부 사유란에 체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부장판사는 전북 무주 출신으로,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인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부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뒤 인천지법과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을 포함해 전국 각지 법원을 거쳤다. 지난 11월에는 계열사 경영진에게 150억원대 부당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아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