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가폭력범죄 시효 폐지’ 국회 통과… 與 “공무원 인권 탄압”

입력 2025-01-01 03:12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31일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권현구 기자

반인권적 국가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공소시효 제도의 취지를 무너뜨리고 검찰·경찰 등에 대한 보복성 법적 조치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을 재석 289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5명, 기권 5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이 법안은 권위주의·군사정권 시절 자행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피해 당사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적용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정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에는 공무원의 정당한 이유 없는 살인, 군 지휘관의 중상해·살인 및 수사 공무원의 직권남용·증거인멸 등이 포함된다. 이로 인한 피해자 본인의 민법·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안을) 근거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도리어 수사 공무원의 인권을 탄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무원의 직권남용 등이 포함돼 있어 피해자 등이 담당 수사관에게 보복성 고소, 고발을 남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동혁 의원은 지난 19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러다 보면 결국 공소시효 제도는 나중에 다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행법은 살인·내란 등 중범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데, 이 법안은 위법성이 그에 못 미치는 공무원의 직권남용 등에 대한 공소시효까지 없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위헌성이 다분한 법안이고 거부권 건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재발방지를 강변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자 정의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내란 혐의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저격성 법안’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이날까지 윤 대통령을 겨냥한 사면법 개정안은 8건이나 발의됐다. 내란·외환 등 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하거나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연희 의원은 지난 24일 내란수괴·중요임무종사자의 가석방을 원천 제한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영교 의원은 지난 27일 내란죄 등으로 탄핵소추된 공무원은 직무정지 기간 동안 보수 전액을 감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 개정안을 냈다.

같은 당 황명선 의원은 지난 16일 대통령이 탄핵 결정에 따라 퇴임하거나 내란죄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으면 국가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국가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상혁·추미애 의원은 내란죄에 대해서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기관일지라도 해당 기관장이나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최근 각각 발의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체계의 정합성을 무너뜨리는 ‘냄비식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내란죄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마저 적용되지 않는 엄중한 범죄인 만큼 강도 높은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