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날 ‘공포탄·쇠지렛대 불출’ 김용현에 보고… 이진우 구속기소

입력 2024-12-31 19:07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계엄 선포 시 전 장병 휴대전화 통합 보관 및 영내 인터넷망 폐쇄, 공포탄 불출 및 대테러 부대 투입’ 등 계획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31일 이 사령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중앙군사법원에 구속 기소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이 사령관 휴대전화 메모를 공개했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가 재판에 넘겨진 건 김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사령관은 ‘최초 V님(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연설 실시 전파 시’ 행동요령으로 ‘전 부대 장병 TV 시청 및 지휘관 정위치 지시’ ‘전 장병 개인 휴대폰 통합 보관 조치 및 영내 인터넷망 폐쇄 지시’ ‘외부 언론 접촉 시도 차단’ ‘출동 병력 대상 흑복 및 안면마스크 착용, 컬러 태극기 부착, 쇠지렛대와 망치·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등 계획을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사령관 메모에는 ‘김 전 장관 주재 회의 직후’ 서울 수호의 중추적 임무를 수행하는 대테러 부대 ‘수호신티에프(TF) 출동 지시’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는 이 사령관이 사전에 비상계엄 선포를 알지 못했다고 했던 것과 배치되는 증거들이다.

검찰은 이 사령관이 계엄 선포 후 부대 통제 및 수방사 병력의 국회 해산 실행 행위를 점검한 것으로 본다. 이 사령관은 보고 후 휴대전화로 ‘문을 열거나 부수는 데 사용하는 도구’ ‘국회 해산이 가능한가요’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령관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수방사 병력과 함께 국회로 출동해 직접 현장 지휘하고, 경찰에 이어 2선에서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고 계엄 조치사항 등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 사령관은 계엄 당시 김 전 장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받고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장관에게서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전산자료 확보를 지시받고 방첩사 병력 115명을 선관위 등으로 출동시킨 혐의도 있다.

계엄 당시 합동수사본부 산하에 ‘반국가세력수사본부’ ‘부정선거·여론조작수사본부’를 두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여 사령관이 계엄 선포 당일 오전 11시25분쯤 작성한 휴대전화 메모에는 ‘합수본은 방첩수사단장의 반국가세력수사본부, 1처장의 부정선거/여론조작수사본부로 편성’이라고 적혀 있다. ‘국정원, 경찰, 조사본부 등 모든 정보수사기관은 합수본부장 명에 따를 것’이란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이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분류된 야당 정치인 및 선거관리위원회 수사에 나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12·3 계엄사태 관련자가 줄줄이 기소되면서 재판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김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박재현 송태화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