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2.3% 오르며 물가 안정 목표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다 연말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환율 상승효과가 반영되면 새해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1.9% 올랐다. 전월 1.5%보다 0.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3.1%)부터 10월(1.3%)까지 감소 추세였으나 11월 증가세로 돌아선 뒤 증가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환율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의 가격이 오른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12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 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11월엔 석유류 가격이 전년보다 5.3%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기후 변화로 농산물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신선식품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무(98.4%) 당근(65.5%) 귤(32.4%)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와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2.7% 상승했다.
최근 급등한 환율이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새해 물가는 더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환율이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으므로 바로 물가 상승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일부 수입과일 등의 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점차 환율 상승효과가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보다 둔화했지만 여전히 목표치는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18(2020년을 100으로 설정)로 전년보다 2.3% 올랐다. 2020년 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는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9.8%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역시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후로는 유가·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 압력 등에 영향을 받아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