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체포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의 관할권 문제를 제기했다. 수사권 없는 기관이 영장을 쇼핑하듯 서부지법에 청구해 불법 무효라는 주장이다. 절차적 위법성을 따지겠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선 관련 주장이 향후 재판 등에서 받아들여지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어 수사가 모두 위법하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수사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해 공수처가 판정승을 거뒀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한 이상 수사 권한을 지금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나중에 재판에서 다툴 부분”이라고 밝혔다.
재판에서 윤 대통령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립 이후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수사 권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지만 인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검사 수사권이 2대 분야로 축소됐는데 대통령령으로 위증죄를 수사 범위에 추가한 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검찰청법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 권한 자체는 인정했다.
앞서 공수처가 수사했던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특혜 채용 사건에서 조 전 교육감 측은 공수처에 파견된 공무원이 수사 인력이 아닌 일반행정 인력이므로 이들이 확보한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직무 범위가 일반행정 업무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 규명도 형사 절차의 중요한 축”이라며 “위법 수사가 명백하지 않은 이상 법원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청구돼야 할 영장이 영장 쇼핑하듯 서부지법에 청구됐다”고 반발했다. 그는 “관련자들 영장 청구도 다 중앙에 했는데 대통령만 이례적으로 서부지법에 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수처는 “그간 일관되게 대상자 주거지 기준으로 영장을 청구해 왔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서부지법 영장 청구를 이례적으로 볼 수는 있어도 위법 수사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 권한을 침해한 체포영장 청구와 발부는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윤 대통령 측은 “법치주의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사를 피하려 ‘법기술’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체포영장이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권한을 침해·제한하는 게 아니다”며 “체포영장 발부에 다툴 수 있는 법적 절차는 없다. 모두 각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