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제조 ~ 배터리 생산… 몸값 뛰는 가성소다

입력 2025-01-01 00:42

‘양잿물’로 알려진 가성소다가 범용성을 바탕으로 화학 업계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금물을 전기 분해해 얻는 가성소다는 강한 염기성을 지니고 있어 과거엔 섬유 염색이나 비누 제조에 많이 쓰였다. 최근에 와선 배터리·반도체 생산 공정에까지 활용되면서 몸값이 올랐다.

31일 시장조사기관 킹스리서치는 전 세계 가성소다 시장 규모를 2024년 511억5000만 달러(약 75조원), 2031년 653억6000만 달러(약 96조원)로 추산했다. 가성소다는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도체 세정, 섬유 불순물 제거, 펄프·제지 표백 등이 대표적이다.

가성소다는 미래 첨단산업과의 연관성도 높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개화로 수요가 급증했다. 가성소다는 배터리용 양극재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동시에 양극재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전구체의 재료이기도 하다. 통상 배터리 용량 기준 1GWh당 430t의 가성소다가 필요하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가성소다 시장에서 전구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약 3%에서 오는 2028년 약 20%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뽑아낼 때도 가성소다가 쓰인다. 전기차 경량 소재 제작에 필요한 알루미늄을 보크사이트 원석에서 추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ICI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동북아시아에서 거래된 가성소다 평균 가격은 t당 475달러였다. 2023년 2월 t당 510달러를 찍은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는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범용 석유화학 제품들과 대조적이다. 국내 가성소다 생산량 1위 한화솔루션(연 84만t)은 올해 여수에 연산 27만t 규모 가성소다 생산시설을 새로 구축할 계획이다. LG화학(연 71만t), 롯데정밀화학(연 35만t), OCI(연 11만t) 등도 가성소다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소다는 전기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산업용 전기요금 동결·인하가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저탄소 생산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