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활주로 끝에 설치된 2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도 활주로 가까운 곳에 쉽게 부서지지 않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의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지난 30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이,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기의 착지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고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가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다”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자체가 아니고 동체가 활주로 끝단 너머의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항공안전재단의 하산 샤히디 회장도 “활주로 근처에 설치되는 구조물은 오버런 시 쉽게 부서져 충돌할 때 치명적이지 않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고에서 본 것은 매우 두꺼워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었다. 조사관들은 며칠 동안 이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여객기 조종사 출신 존 콕스 세이프티오퍼레이팅시스템 최고경영자는 AP통신에 참사 당시 항공기 속도를 줄이기 위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점과 관련해 유압 계통 고장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콘크리트 구조물이 활주로에 너무 가깝게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 안전 관련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항공 전문가 숀 프루치니키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한국 항공 당국이 한 일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이들은 설계로 인해 많은 사람을 죽인 책임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공항 활주로 주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즈메딘 메시카티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NYT에 “단단한 구조물은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번 사고는 전 세계 공항 활주로 끝에 ‘소프트한 방벽’을 설치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