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환율 1500원’ 경고

입력 2025-01-01 00:15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에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1500원 돌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맞물리면서 내년 3분기까지 ‘환율 고공행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31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주요 글로벌 IB의 2025년 1분기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이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확정한 지난 11월 8일 기준 중간값인 1305원보다 130원 상승한 수치다.

글로벌 IB들은 원·달러 환율이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으로 점차 오를 것으로 봤다. 하반기로 갈수록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본 기존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특히 노무라는 환율이 2분기에 1500원으로 오른 뒤 3분기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상승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새해에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최근 이인영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 4분기 환율 평균도 1398.75원으로 집계되며 금융 위기가 있던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조치를 단호히 취하겠다”며 수차례 구두개입에 나섰다. 다만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단계까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모든 카드를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 꺼내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국책연구기관들도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KDI는 “외환보유액 등을 이용해 경제 기초 여건과 괴리된 환율 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IEP도 “단기적으로 환율 급등을 제한하거나 변동성을 축소하는 효과는 있으나 대규모 장기간 달러 매도 개입은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대외신인도 악화 우려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