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우는 것뿐” 유가족 곁 지킨 교회 봉사자들

입력 2025-01-01 03:01 수정 2025-01-05 15:24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비롯한 한국교회 자원봉사자들이 31일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에게 김밥 등 음식을 나누고 있다. 무안=최현규 기자

“드시고 힘내세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김경순(51) 집사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공항에 설치된 희생자 유가족 텐트를 살피며 식사를 권했다. 김 집사는 유가족 A씨에게 따뜻한 물이 담긴 텀블러와 티백을 건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A씨가 묵고 있던 4㎡(1.2평) 넓이의 텐트 안에서는 인사말과 목례 외에 대화가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김 집사는 “유가족이 직접 봉사단 부스를 찾아오시지 않으면 먼저 방문하는 걸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족 A씨는 “이번 참사로 여동생을 잃었다. 사흘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식사를 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A씨는 텐트에 머물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우리 식사를 챙겨주시던 분들’이라며 봉사자들을 소개했다. 가족들은 “우리의 아픔에 공감하며 이곳에서 섬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무안공항에는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단장 김태영 목사)과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이 유가족 곁을 지켰다.

무안공항 3번 게이트 앞에 부스를 설치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이곳에서 유가족들에게 음식과 여러 편의를 제공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긴급구호팀장 이윤동 청계중앙교회 목사는 “우리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유가족과 함께 울어주는 것”이라며 “당장 기도와 위로보다는 우리가 이웃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무안공항 게이트 밖에서는 한교봉이 커피차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교봉 사무총장 김철훈 목사는 “커피차에서 봉사하는 대부분이 목회자나 선교사 자녀다. 한교봉이 기독교 단체지만 기도를 권하거나 복음을 전하지는 않는다”며 “한국교회가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한교봉은 이날 저녁부터 유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치료지원도 시작한다.

물론 예배가 없는 건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를 중심으로 조촐한 예배를 드렸다. 무안공항 청사 밖에 간이 의자를 두고 동그랗게 모여 앉은 이들은 찬송가 492장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독교 봉사단이 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지원을 할 수 있던 배경에는 한국교회의 협력이 있었다. 이날 광주 서림교회(최용희 목사) 목회자들도 참사 현장을 찾았다.

무안 남악대중교회(김준영 목사)도 부스를 설치해 오가는 유가족 등에게 차와 간식을 제공했다. 한교봉과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현장에서 서로 협력했다. 김준영 목사는 “참사 현장에서 한국교회가 힘을 합쳐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