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카이스트 연구진이 설립한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로봇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최근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잇따라 진출하는 만큼 기술력 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10년 뒤에는 55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지분 35%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31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868억원을 투자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를 매입했다. 지분을 매입하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는 이번에 보유 중인 콜옵션을 행사했고, 이에 따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4족 보행 로봇, 양팔로봇, 서빙로봇, 협동로봇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인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퇴임 후 삼성전자 고문 겸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는다.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직속으로 이번에 신설한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미래 로봇의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로서 글로벌 로봇 사업과 개발 리더십 강화를 위한 두 회사 간 시너지협의체도 운영한다. 시너지협의체는 미래 로봇 기술 개발과 함께 로봇 사업 전략 수립과 수요 발굴 등 두 회사의 성장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이 삼성전자의 제조·물류 등 업무 자동화에 활용되는 식이다. 이들 로봇은 작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별 데이터, 환경적 변수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학습하고 분석해 작업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앞서 공개한 AI 반려로봇 ‘볼리’와 보행 보조 로봇 ‘봇핏’ 개발에도 양사가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중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컴퓨터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로봇에 들어가는 반도체뿐 아니라 로봇 훈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면서 AI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테슬라는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시를 계획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AI를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 도요타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가 됨에 따라 미래 로봇 개발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영업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