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네이트온·아이리버 손 떼는 SK

입력 2025-01-01 00:31
연합뉴스

SK그룹이 사업 효율화를 위해 자회사 매각을 진행하며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정보기술(IT) 서비스가 줄줄이 팔려나가고 있다. 소셜미디어(싸이월드)·메신저(네이트온)·전자기기(아이리버) 등 2000년대를 풍비했던 업체들이 그 대상이다.

31일 IT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 관계사 드림어스컴퍼니는 전날 디바이스 사업 부문을 부동산 임대업체 미왕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50억원이다. 매각 대상이 된 디바이스 부문은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의 기획·생산·유통 판매를 담당한 곳이다. 사실상 SK그룹이 MP3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아이리버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 한국 MP3 시장을 지배하며 승승장구한 1세대 벤처기업이다. 당시 아이리버가 내놓은 손가락만한 크기의 MP3 ‘iFP-300’ 시리즈는 국내 75%, 해외 2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한때 애플 아이팟의 주요 경쟁 상대로 지목될 만큼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음악 기능만 단독으로 제공하는 MP3가 빠르게 쇠퇴하며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SK텔레콤이 2014년 아이리버를 295억원에 인수했지만, 반전을 이루는 데 실패하며 결국 매각 길을 밟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SK그룹은 과거 시장을 휘어잡았지만 현재는 쇠락한 기업들의 손을 하나둘씩 놓아주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최근 네이트·네이트온 운영사 SK커뮤니케이션즈를 삼구아이앤씨에 매각하며 법인 설립 22년 만에 각자 길을 걷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컴즈가 운영하던 포털 사이트 네이트와 메신저 네이트온도 SK그룹의 손을 떠나게 됐다. 2001년 출시된 네이트온은 별다른 소통 수단이 없고 문자메시지마저 유료 서비스이던 2000년대 젊은 세대의 주요한 소통 창구로 주목받았다. 2005년 MSN을 넘고 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트도 당시 3위 포털 사이트이던 야후를 밀어내고 네이버·다음에 이은 3대 포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시장 변화와 경쟁사의 성장을 이기지 못하고 카카오톡, 구글 등에 자리를 내주며 현재는 존재감이 전무한 상황이다. SK컴즈가 2003년 인수해 소유하고 있던 1세대 한국형 SNS 싸이월드도 페이스북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맥을 추지 못하고 2014년 일찌감치 매각됐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AI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경쟁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AI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전(前) 세대 IT 사업에 대한 가지치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