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경주 (22) 고향서 방위병 입대… 초소 근무 중 소총으로 스윙 연습

입력 2025-01-01 03:08
최경주(오른쪽) 장로가 2008년 충남 계룡대에서 임충빈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육군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받고 있다. 뉴시스

힘쓰려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경주야, 니 안 그래도 정부에서 그 동네 사람들은 다 방위로 빼라고 영장 나왔다잉.” 나는 곧바로 방위병으로 입대했다. 광주 31사단에서 방위 교육을 받고 완도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사실 군대 이야기는 며칠 밤낮을 지새워도 할 이야기가 많다.

군 복무를 하며 나에게 벌어진 일을 다 듣고 나야 하나님께서 삶 속에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 믿게 된다. 정말 기가 막힌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대 초소에서 복무하다 보니 손이 너무 근질근질했다. 골프채를 잡고 스윙을 하고 싶어 참느라 힘들었다. 도저히 참지 못한 나는 소총을 거꾸로 잡고 바위 위에 솔방울을 올려놓고 스윙 연습을 했다. 이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다. 동초 근무를 설 때는 항상 서 있어야 했다. 어느 날 선임 몰래 소총으로 연습을 하던 도중 소대장에게 걸린 것이다.

짧은 순간에 심장이 발밑으로 떨어지는 걸 느꼈다. ‘어떡하지, 나 이러다가 영창 가는 거 아니야.’ 당시에는 5공 시절이 끝난 직후라 공기가 달랐다. 아마 완도가 아니었다면 진짜 영창에 갔을지도 모른다. 동초 근무자가 소초에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됐다. 윗선에서는 면담을 통해 영창을 보낼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조사가 시작되고 나는 개인 신상과 취미, 진로까지 상세하게 다 적었다. 이후 소대장과 면담에 들어갔다. “너 골프 선수였나.”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말했다. “소대장님, 정말 죄송한데유. 여기는 우리 지역 아닙니까. 설령 북한 놈이 오면 제가 이렇게 했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골프가 치고 싶어서 참고 참다가 딱 한 번 쳤습니다.” “한 번은 넘어가지만 다음부터 근무 제대로 서라. 또 걸리면 그때는 봐주고 하는 거 절대 없다.”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없을 거랑게요.” 천만다행으로 소대장님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셨다.

또 다른 해프닝도 있었다. 후임 중에 취사병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하루 밥을 하면 이틀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다. 이상하게 여긴 나는 그 후임을 따로 불러 물었다. “야, 니 밥 하고 나면 어디로 그렇게 사라지는 거여.” “취사병은 하루 근무하면 그다음 이틀은 근무에서 배제해줍니다.” “이야, 그러냐잉.”

나는 곧바로 소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소대장님. 저도 취사병 하고 싶은데 어떻게 그쪽으로 배치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소대장은 생각보다 흔쾌히 취사병으로 보직을 바꿔주셨다. 군 생활 18개월 중 6개월을 취사병으로 복무했는데, 병사들의 밥을 만들면서 생각보다 많은 걸 배웠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