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이사부길,거친 동해 뚫고 신라 장군 이사부가 갔다

입력 2025-01-02 00:10
강원도 삼척시를 흐르는 오십천 하구 삼척항과 이사부 장군의 출항지로 추정되는 오분항을 잇는 보행 전용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오른쪽에 오화리산성이 있는 고성산이 보인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새해 첫날 동해안 일출 명소마다 준비했던 해돋이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대신 차분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해가 솟아오르는 동해에는 울릉도와 ‘우리 땅’ 독도가 있다. 신라 지증왕 때 이 영토에 해당하는 우산국(于山國)을 복속시킨 인물이 실직주(삼척)와 하슬라주(강릉) 군주를 지낸 신라 장군 이사부(異斯夫)다.

‘삼국사기’에는 우산국 사람들이 거친 탓에 꾀로 정복시킬 수밖에 없어 이사부 장군이 나무 사자를 많이 만들어 전함에 싣고 갔다고 기록돼 있다. 사자를 풀어 죽인다고 우산국 사람들을 위협해 항복시켰다는 것이다. 나무 사자는 울릉도의 사자 바위가 됐고, 우산국의 왕 우해왕이 벗어던진 투구는 투구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고성산에 축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오화리산성 흔적.

이사부 장군이 512년 하슬라 군주로 있을 때 우산국을 정벌하기 위해 출항한 곳이 강원도 삼척의 오십천(五十川) 하류 오분항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삼척포진(三陟浦鎭)이 육향산 밑자락으로 이전할 때까지 중심지 역할을 했다. 삼척포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성이 오화리산성(吳火里山城)이다. 오화리산성은 오분동 고성산(古城山)에 있는 산성으로,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전략 요충지 역할을 했다.

1500여 년이 지난 요즘 이사부 장군은 삼척 관광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삼척시에서는 이사부를 선양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이미 2000년에 개설한 ‘이사부길’이 있다. 개설 당시 ‘새천년해안도로’로 불리다 개명했다.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푸른 동해를 따라 약 4.6㎞ 남짓 이어지는 도로다. 동해안의 해안절경과 자연이 깎고 다듬은 기암괴석, 우거진 송림이 어우러진 경관을 볼 수 있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출발지인 삼척항 주변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잇따라 들어섰다. 먼저 지난해 7월 완공됐지만 아직 개통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다. 삼척항 남쪽 삼표시멘트 공장과 오십천 건너 오분항을 잇는 길이 190m 규모의 보행 전용 교량이다. CCTV와 관리실 등 안전·편의시설 등을 설치하고 올해 상반기 중 일반에 개방될 예정이다.

다리 건너 오화리산성은 오십천이 동해와 만나는 곳에 솟아있는 해발 99m의 야트막한 고성산에 축성됐다. 산성의 해발 높이는 최고 70m 정도다. 산성 동쪽은 가파른 벼랑이 바다에 면하고, 서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증보문헌비고, 동국여지지, 여지도서, 삼척군읍지, 척주지 등에 산성 기록이 남아 있다. 요약하면 고려 우왕 10년(1384년)에 삼척 남쪽 9리에 축성됐고, 조선 세조 8년(1462년) 관찰사 허종이 증축했다. 둘레는 1870척(약 560m)이다. 토성에 계승루, 진동루, 망대(지휘대) 등이 있다고 하나 대부분 붕괴해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다만 산성 주변에서 옛 기와와 신라 토기가 출토됐다.

우산국 정벌에 나선 선단을 연상시키는 이사부독도기념관.

삼척항 인근 정라동에는 지난해 9월 ‘이사부독도기념관’이 정식 개관했다. 연면적 3274㎡에 이사부관과 독도체험관, 복합휴게공간 등을 갖췄다. 우산국 복속과정을 상징화해 표현하는 실감 영상관과 독도의 생태를 미디어아트로 시각화하는 미디어 큐브가 인상적이다. 실감 영상은 8분 분량이며 1일 19회 상영한다. 독도와 동해 생물들과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체험공간인 미디어 스케치북이 어린이 관람객에게 인기다. 미디어아트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포토존도 있다. 웰컴센터와 라이브러리카페는 휴식 공간이다. 기념관을 모두 둘러보려면 2시간가량 소요된다. 하루 관람 인원은 최대 600명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삼척에서 얻은 피로는 바로 날릴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웰니스관광지 인증을 받은 삼척활기치유의숲은 피톤치드, 음이온, 경관, 소리 등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산림치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연휴양림과 더불어 산림휴양치유마을, 유아숲체험원, 공동체 치유정원이 함께 조성돼 있다. 치유센터는 힐링다도, 족욕, 온열치유, 요가, 명상 등을 진행한다.

수려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가곡유황온천 자쿠지.

가곡면에 있는 가곡유황온천&스파는 가곡면의 자연생태 풍광을 보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테라피를 도모하는 메인 풀장부터 어린아이도 함께할 수 있는 키즈 스파, 동굴 스파, 쿨링 스파, 인피니티 풀, 자쿠지까지 다양한 테마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족욕체험장에서 족욕만으로도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여행메모
‘척척패스’ 한장이면 삼척 여행 엄지척!
이사부기념관 입장료 일부 상품권 환불

강원도 동해안과 부산·경남을 직선·고속으로 연결하는 동해중부선 삼척~포항 구간이 지난 1일 개통하면서 삼척이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이 구간에는 최고 시속 150㎞의 ITX-마음 열차가 투입될 예정이다. 강릉~부산(부전), 강릉~동대구를 일일 편도 4회(왕복 8회) 운행한다.

삼척관광문화재단은 철도 개통 기념으로 모바일통합할인권인 ‘엄지척! 삼척! 척척패스’상품을 출시했다. 오는 9일까지 24시간권 1만7900원, 48시간권 1만9900원의 특가로 판매 중이다. 이후 원래 가격(1만9900원, 2만1900원)으로 인상된다. 가곡유황온천·레일바이크·수로부인헌화공원 등을 시민 할인가로, 해상케이블카·이사부독도기념관·환선굴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는 ‘삼척항길 152(정하동 48-7)’를 찾아가면 된다. 이사부독도기념관은 개인 6000원, 단체 4000원 등의 입장료를 받지만 일정 금액을 삼척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가곡 온천 이용 요금은 어른 1만원, 어린이 7000원이고 스파 이용 요금은 각각 3만원, 2만원이다.



삼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