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민 여러분. 나는 대한민국입니다. 지난 한 해,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전에 겪지 않은 놀라운 소식들로 마음이 복잡하리라 여겨집니다. 희망찬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나 조심스럽고, 위로의 말을 전하자니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지금 여러분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 서서 아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시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고,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믿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요.
돌이켜보면, 여러분은 항상 그랬습니다. 폐허 속에서도 서로를 일으켜 세웠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며 함께 걸어왔습니다.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킨 지혜와 용기, 광복을 이루어낸 불굴의 의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 대국을 일군 근면함과 창의성.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속에서 금을 모으며 하나가 됐던 순수한 마음, 기름으로 오염된 태안 해안을 손수 닦아내던 따뜻한 연대 그리고 K팝과 한류 신화를 만들어낸 문화적 열정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는 편안하고 유리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나 스스로 길을 찾고,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왔습니다. 어두운 시작점에서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아무 빛도 없는 곳에서 희망의 등대를 세웠습니다. 세계는 늘 여러분을 보며 놀라고 감탄해 왔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함께 일어섰던 그 순간들이 여러분의 저력이며 역사입니다.
그동안 많은 과제를 마주해 오셨듯이 2025년에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도전들이 여러분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눈물짓는 순간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언제나 역경을 기회로 만들었고, 절망의 순간마다 새롭게 일어섰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분들입니다. 대한민국이 여러분의 편에서 한마음으로 함께 행진하겠습니다. 국가와 국민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길이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새롭게 주목할 것입니다.
2025년이 치유와 회복의 해가 되길 바랍니다. 고단했던 마음에 위로가 닿고, 더 큰 희망으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대한민국 올림.
새해에는 국가, 정부, 여야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고 싶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들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국민은 대한민국을 사랑할 이유와 자랑스러워할 목적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국민과 국가 사이에 틈이 생기는 것은 매우 염려스러운 일입니다.
얼마 전 하얼빈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국가로부터 받은 것도 없는 국민들이 왜 그리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지 모르겠다”는 뉘앙스의 대사가 나옵니다. 국가로부터 받는 것이 없어도 국가의 위기와 성장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은 상당 시간 국가를 사랑해 왔지만 국가로부터 전해지는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위로가 필요하지만 또 묵묵히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슬픔 속에서도 또 희망을 찾아내려는 사람들, 서글픈 국가의 모습을 보면서도 또 발전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좌절감을 딛고 일어서서 또다시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하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대한민국의 가치와 어루만짐의 손길이 닿기를 기도합니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