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느 이름이
그대의 이름보다 더 빛나겠는가
유다의 양치기 소년에서
왕좌의 별이 되어 떠오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패왕(覇王)
소년 시절부터 불타는 의협심으로
사자와 곰도 맨손으로 때려잡고
거인 골리앗도 물맷돌로 쓰러뜨려 버린 불멸의 용사
사울에게 쫓겨 아둘람 동굴에 숨어 있을 때도
가장 눈부신 새벽은
깊은 어둠 속에서부터 깨어난다는 것을 알았기에
권좌에 오르자마자 언약궤를 모셔오며
춤을 추던 예배자
밧세바와의 은밀한 밤으로 인해
몰락의 위기를 맞았으나
침상을 눈물로 적시며 언약궤를 붙들고 다시 일어나
메시아 탄생의 길을 열었던 역전, 반전의 서사
지금은 어느 흙먼지 날리는 벌판에서
또 다른 골리앗을 향해
물맷돌을 돌리며 달려가고 있는가.
시인(새에덴교회)
히틀러의 나치 치하에서 핍박받는 유대인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은 육각형 ‘다윗의 별’이었다. 이 별은 순교와 영웅의 표상이 되었다. 그처럼 다윗 시대는 이스라엘 민족의 자긍심이었고, 심지어 다윗은 구약에 미리 나타난 예수의 표징이기도 했다. 시인이 본 다윗의 생애는 ‘유다의 양치기 소년’에서 ‘왕좌의 별’로, 홍안의 소년에서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불멸의 용사’로, 사울에게 쫓겨 목숨이 경각에 있던 도망자로, 그리고 밧세바와의 ‘은밀한 밤’으로 범죄자가 된 인간에 이르기까지 실로 파란만장했다. 시인은 그가 가진 이 모든 굴곡과 인간적 약점에 주목하고, 지금은 ‘어느 흙먼지 날리는 벌판’에서 제 운명을 감당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다윗의 생애가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명징한 교훈이 되고 있음을 환기하는 것이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