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3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초유의 상황으로 정부 내 업무 분담과 교통정리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경제 수장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 대통령과 국무총리 대행,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1인 4역’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리실과 기재부, 행정안전부 등이 국정 운영 실무와 재난관리 등 업무를 각각 나눠 최 권한대행을 보좌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30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회의를 주재한 뒤 오전 10시에는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이후 전남 무안으로 내려가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유가족 대표단과 만나 지원을 약속했다. 경제 수장으로서의 공식 일정은 없었다.
최 권한대행 업무 지원은 여러 부처가 분담해 맡았다. 총리실은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국무조정 부분에서, 행안부는 제주항공 참사 대응 부분에서 보좌했다. 대통령실은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상대기 중이다. 기재부는 경제 분야에만 한정해 최 권한대행을 보좌할 계획이다. 31일 열리는 최 권한대행 주재 첫 국무회의의 실무는 총리실이 담당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외교·안보 사안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협조를 받는다.
최 권한대행 수행에는 총리실과 기재부, 대통령실 경호처가 모두 달라붙었다. 권한대행 실무는 총리실이 맡지만, 밀착 수행은 기존 기재부 조직이 담당하고 있다. 권한대행 일정을 여러 부처가 맡다 보니 한쪽은 공개로, 다른 한쪽은 비공개로 공지하는 일도 발생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 번도 운영해본 적 없는 형태”라고 말했다.
업무 공백도 나타났다. ‘F4(Finance 4) 회의’라 불리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는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F4 회의는 최 권한대행이 부총리로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재정·통화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기재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2025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도 연기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 3인자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건 처음이라 업무 분담체계 등에 혼선이 있었다”며 “국정 운영 노하우를 총동원해 유기적으로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31일 첫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덕수 총리가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기준을 분명히 제시해 이를 부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