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실마리를 풀어줄 블랙박스 2개가 모두 회수됐다.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가 30일 회수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겨졌다. 전문가들은 풀리지 않는 핵심 의문들이 블랙박스 판독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FDR 일부가 훼손돼 해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의문점은 크게 세 가지다. ①사고 당시 랜딩기어·플랩(고양력장치)·엔진 역추진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②조류충돌과 랜딩기어 미작동의 연관성, ③통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동체착륙이 진행된 이유 등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해외 전문가들은 기체가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는 주요 브레이크 시스템(랜딩기어·플랩·엔진역추진)이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활주로에 내린 뒤 속도가 줄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물과 참사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유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가 FDR로 확인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인과 관계도 블랙박스로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조종사이자 항공 안전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영상 분석에서 “조류 충돌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랜딩기어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고, 랜딩기어가 내려온 상태에서 조류 충돌이 일어났다면 다시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FDR은 마지막 25시간 비행자료를 담은 장치다. 비행기의 고도·속도·바람 등 비행기 자세, 조종면의 움직임, 엔진 추력, 랜딩기어 작동, 착륙 시 내려오는 플랩 각도, 전기공급, 공기압 등 약 200가지 정보가 저장된다.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록들이 담겨 있는 셈이다.
CVR은 엔진이 정지될 때까지 마지막 2시간 동안을 녹음한 장치다. 해당 여객기가 ‘메이데이(조난신호)’ 신호를 보낸 뒤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복행(Go Around) 후 활주로 중간쯤 동체 착륙한 점에 대한 의문도 규명될 전망이다.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수동 비상장치는 최소 1분30초에서 2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는 문제 상황이 블랙박스에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