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조류 충돌에 취약한 공항의 입지 문제와 부실한 공항 운영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안국제공항은 크고 작은 철새도래지가 둘러싸고 있는 곳에 위치한다. 최근 환경영향평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조류 충돌 위험도 경고가 나왔다. 여건이 열악한 지방공항 특성상 인력 운용도 미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30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반경 13㎞ 이내에 4곳의 주요 철새도래지가 있다. 이 중 가장 큰 곳은 무안공항 북쪽에 위치한 113.34㎢ 규모의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매년 이곳에서 철새 조사를 한다. 이달 초 조사에서는 물새·오리류 1만2000마리가 관찰됐다.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을 포함한 4곳의 철새도래지는 무안공항을 중심에 두고 반원 형태로 포진하고 있다. 이 4곳은 2016~2021년 조류 출현 횟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리적 특성 탓에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2년 4월 공개된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공항 인근에 출현하는 88종의 조류 중 청둥오리 등 6종은 ‘위험수준 3’으로 분류됐다. 위험수준은 조류 충돌 시 피해 심각도(무게×무리 형성)와 충돌 가능성(출현 빈도×충돌 횟수) 등을 종합해 1~3단계로 나뉜다. 이 중 ‘위험수준 3’은 ‘신속히 추가적 위험경감 대책 마련 및 수행’을 조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평가서는 “향후 항공편 수가 증가할 경우 무리를 이뤄 월동·서식하는 오리 및 기러기류, 민물가마우지 등 수조류 이동 시 조류 충돌 위험성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무안공항은 최근 정기편 운항 횟수를 늘리며 항공편이 크게 증가했다.
무안공항이 조류 충돌 예방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새떼가 자주 출몰함에도 조류 충돌 예방 인력은 4명에 불과했으며 사고 당일에는 2명만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는 이날 “무안공항 조류 예방활동 근무자는 4명인데, 사고 당일엔 2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런 상황들을 다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류 충돌이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외신들은 조류 충돌이 흔하게 발생하지만 이번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연방항공청 보고서를 인용해 1988년부터 2023년까지 35년간 새 등 야생동물 충돌로 인한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이는 76명에 그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 출신 제프 구제티 등 전문가들을 인용해 새의 충돌로 인해 이런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김남중 정우진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