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가 30일 공식 출범했다. 권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정치 복원’을 강조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으로 빚어진 국무위원 줄탄핵 상황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는 문제가 당면 과제다.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열고 권 위원장 임명안을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로 통과시켰다. 현 정부 들어 다섯 번째 여당 비대위 출범이다.
권 위원장은 서면 취임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의 탄핵 정국에 대한 사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권 위원장은 비대위와 주요 당직에 친윤(친윤석열)계를 전진 배치했지만, 당의 취약점인 수도권, 30·40대 등도 안배하는 인선을 했다. 비대위원에는 3선의 임이자(경북 상주·문경) 의원, 재선의 최형두(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과 초선 김용태(경기 포천·가평)·최보윤(비례대표)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정책위의장에는 4선인 김상훈(대구 서) 의원이 유임됐다. 사무총장은 3선의 이양수(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이, 전략기획부총장은 조정훈(서울 마포갑·재선) 의원이, 조직부총장은 김재섭(서울 도봉갑·초선) 의원이 각각 맡는다. 수석대변인과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에는 신동욱(서울 서초을·초선)·강명구(경북 구미을·초선)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 의원을 제외하면 이날 인선된 인사들은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것으로 평가된다. 권 위원장(서울 용산)을 비롯해 수도권 의원이 5명이나 지도부에 입성한 부분도 눈에 띈다. 김용태·김재섭 의원은 30대, 비대위원에 선임된 최보윤 의원은 40대다.
비대위와 주요 당직에 모두 현역 의원들이 기용된 건 ‘한동훈 체제’와 분명한 차별점이다.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45명은 “당협위원장과 당 지도부의 소통 창구로서 비대위에 원외 당협위원장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권영세 비대위의 첫 시험대는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극단적 대치 해소가 될 전망이다. 권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치 복원이 지금 국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여·야·정 국정협의체 재개를 제안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자제도 촉구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여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선 안 된다는 여당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면 ‘여당이 대통령 하나 살리려고 나라 거덜낸다’는 분노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쌍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 탄핵안마저 꺼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종선 구자창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