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같은 기종의 제주항공 여객기가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날 추락한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랜딩기어가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설계상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결국 정비가 문제라는 것이다.
30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7분 제주항공 7C101편 여객기가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기 위해 이륙했다. 그러나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제주항공은 탑승객 161명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륙 전에는 장비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엔 인도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여객기가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회항했었다.
랜딩기어는 전날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장치다. 착륙할 때 충격을 흡수하고 기체의 방향을 조절한다. 양 날개 뒤쪽에 있는 랜딩기어에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부착돼 있어 항공기의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랜딩기어 결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국토교통부는 사고 기종인 ‘보잉737-800’을 운항하는 6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특별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랜딩기어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유압으로 작동한다. 새떼 등이 유압 장치에 물리적 충격을 가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항공기에는 유압 장치 3개가 독립적으로 운용된다. 한 곳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장치가 가동돼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는 얘기다.
항공기에 있는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나면 보조동력장치(APU)가 작동하기 전까지 유압을 생성하지 못해 랜딩기어를 펼칠 수 없다. 이 경우엔 부기장 조종석 뒤에 마련된 레버를 당겨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항공기가) 지면에서 1000피트(약 305m) 이내로 가까워질 때까지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기 때문에 조종사가 깜빡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하더라도 결국 정비를 소홀히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항공학과 교수는 “항공기 운항을 많이 할수록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비행기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아이싱(결빙)으로 얼어붙은 랜딩기어가 정비 불량으로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까지 실시하는 정부 전수조사에는 정비규정 준수 여부도 포함한다.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종사는 동체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기체 바닥을 활주로에 직접 닿게 해 마찰력으로 여객기를 멈추는 방식이다. ‘배꼽 착륙’이라고도 불린다. 착륙에 실패해도 다시 뜰 수 없다. 폭발하거나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공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비상대응 매뉴얼’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한다.
이용상 기자 세종=김혜지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