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달문제 들고나온 尹 … 다양한 재판 지연 전략 구사할 듯

입력 2024-12-31 00:00 수정 2024-12-31 00:00
경찰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경계를 서고 있다. 이날 헌법 재판관 전원이 참석한 회의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등의 처리 절차와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송달 문제를 지적했는데 향후 변론에서도 절차적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재판 지연 전략이 구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탄핵심판 특수성 때문에 실질적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헌재법 40조 1항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관련 법령을 준용한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재 송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탄핵심판이 형사소송 규칙을 따른다는 점에 기인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0조 1항을 ‘탄핵심판은 형사소송과 같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평가한다. 실제 해당 조항에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준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이미 봤듯이 탄핵 심리는 형사재판이 아닌 징계 절차에 가깝다”며 “형사 재판의 엄격한 증거 법칙 적용,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고도의 입증 책임 등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서류를 제대로 송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재판과 달리 탄핵심판에선 큰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리인단이 이미 첫 기일에 출석해 응한 만큼 미송달 문제가 해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첫 기일 당시 “탄핵심판은 헌법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게 제일 큰 목표”라며 “어떤 면에선 형사소송처럼 엄밀히 증거를 따지거나, 피고인 개인 권리 보호를 형사소송만큼 보장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 재판관의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피고인 권리 보호나 엄격한 증명 절차로 인해 긴 시간이 걸리는 형사재판과 달리 신속히 탄핵심판 결론을 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증인 신청의 경우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대리인단은 90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헌재는 36명만 증인 채택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만약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건 형사재판이었다면 쟁점 발언마다 신청한 증인들이 전부 법정으로 나와 건건이 진위를 가려야 한다”며 “유죄 증명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탄핵심판은 이와 달리 증거 채택 등에서 재판부 재량이 좀 더 폭넓게 인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도 접수한 헌재는 이날 재판관 회의를 열고 헌재에 계류된 10건 탄핵 사건에 대한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헌재에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외에도 계엄 사태에서 파생된 박성재 법무부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한 전 대행 등 사건이 무더기로 계류돼 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재판관 회의에서 처리 순서, 우선 순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 사태 주동자에 대한 형사재판 절차도 개시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을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에 배당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