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사가 올해 각종 사건 사고에 파업까지 겹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주가가 한 해 동안 30% 가까이 추락한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는 추가 악재까지 더해졌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파업, 안전 문제, 주가 폭락 등 올해는 이미 보잉에게 실망스러운 한 해였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자사 항공기 중 하나가 추락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터지고서야 보잉의 불운한 한 해는 끝났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의 사고 기종은 ‘보잉 737-800’이다.
보잉은 연초부터 큰 사고를 겪었다.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기종에서 동체 일부분이 뜯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좌석과 비상구 수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부품인 ‘도어 플러그’ 이상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항공 당국은 자국 내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보잉은 7월에는 737 맥스8 기종이 유발한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 사고(탑승자 189명 전원 사망)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157명 전원 사망)에 대한 사기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미국 사법 당국과 합의했다. 2021년에도 해당 사고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했으나 이후 안전 개선 등 합의 조건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다시 유죄 인정과 합의에 나서야 했다.
보잉은 9월부터는 16년 만의 파업으로 베스트셀러인 737·767·777 등의 생산이 마비됐다. 파업은 사측의 4년간 38% 임금 인상 제안을 노조가 받아들이면서 7주 만에 끝났다. AP는 “수십년 동안 보잉은 미국 제조업의 거인 역할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반복된 문제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기준 보잉 주가는 180.72달러로 1월 2일(251.76달러) 대비 28.2% 폭락했다. 제주항공 참사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