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따라 널뛰는 환율에 달러예금도 요동

입력 2024-12-31 01:11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가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5.0원 오른 1472.5원을 기록, 연말 기준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권현구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지는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달러 예금 잔액도 널뛰고 있다. 들쭉날쭉한 환율 전망에 따라 이달 들어 매도세와 매수세가 짧은 주기로 번갈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엔화 예금은 당분간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교적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62억278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일 60억9468만 달러에서 일주일 만에 2억7000만 달러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계엄사태 이후 달러 예금 잔액은 큰 폭으로 등락하고 있다. 지난 3일 61억889만 달러에서 간밤 계엄선포로 환율이 뛰자 4일 60억3762만달러로 감소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거래일인 16일 63억7745만 달러로 이달 최고치를 찍은 뒤,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로 20일 60억9468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후 환율은 1470원대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으나 계속되는 정국 불안으로 달러 예금 잔액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22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23일 달러 예금은 62억906만 달러로 전날 대비 1억1438만 달러 늘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 국내 정치 요인이 더해지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과 달러 예금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전한 달러로 돈이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엔화는 ‘매도 타이밍’ 판단하에 차익실현 수요가 커지면서 이달 예금 잔액이 비교적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예금은 이달 초 1조679만엔에서 지난 27일 9909만엔으로 한 달 새 770만엔(7.2%)가량 빠졌다. 지난해 9월 1조원을 넘어선 뒤 이달 처음 1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계엄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원·엔 환율이 965원을 넘어선 뒤 첫 거래일인 9일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분간 원·엔 환율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엔저’ 흐름으로 ‘환테크’를 위한 엔화 수요가 높았지만 점차 매도세가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