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주변 돌출 콘크리트 둔덕, 참사 키웠나

입력 2024-12-30 18:56 수정 2024-12-31 00:19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제주항공 참사로 파손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펴보고 있다.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는 착륙을 돕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 등을 들이받은 뒤 폭발했다. 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이를 지지하기 위해 지상으로 돌출된 형태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무안공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은 공항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이 중 콘크리트 둔덕은 2m 높이로, 흙더미로 덮여 있었다.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은 4m 정도 높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고 당시 여객기는 이 구조물을 충돌한 후 외벽에 부딪치며 바로 기체가 두 동강 나고 불이 났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이러한 구조물과 충돌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위한 시설은 견고한 콘크리트가 아닌 부러지거나 저항이 작은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 데이비드 수시 전 FAA 안전감독관은 미 CNN에서 “이런 종류의 장애물이나 장벽이 활주로 근처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무안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의 설계 기준을 충족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에서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한국항공보안학회장인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큰 사고는 없었다는 게 팩트”라며 “인천이나 다른 공항 같은 경우 (둔덕을 부러지기 쉬운) 철골로 해놓고 그 위에 높이에 맞춰 로컬라이저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제주공항은 콘크리트와 H빔을, 포항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썼다”고 반박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둔덕은 원래 있는 시설물이고, 비행 안전 시설이기 때문에 장애물로 보질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항 안전 운영기준과 국토교통부예규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에서 충돌 시 비행기에 심한 손상을 야기하는 돌출되거나 단단한 시설물의 설치를 지양해야 한다는 규정이 확인되면서 국토부 및 공항 측의 규정 위반 및 관리 책임이 불거질 수 있다.

공항 안전 운영기준 제41조 ‘포장구역의 관리’ 1항에 따르면 공항 운영자는 공항 포장지역(활주로)와 비포장지역(비활주로) 사이 7.5㎝ 이상의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 국토교통부예규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5조는 로컬라이저 등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 장비와 설치물은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최소한의 손상만을 입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콘크리트와 같은 단단한 설비는 지양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2005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며 (산하기관인) 서울지방항공청에서 설계를 담당했다”며 “안전 규정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