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도 이젠 숏폼… 1~2분짜리 드라마·예능 나온다

입력 2024-12-31 00:00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OTT도 숏폼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12분59초짜리 영화 ‘밤낚시’는 4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티빙은 숏폼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였고, 펄스픽은 숏폼 예능도 공개했다. CGV 티빙 펄스픽 제공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숏폼이 주목받고 있다. 배속재생, 건너뛰기 등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더 짧고 직관적인 영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이 나타난다. 주로 이용하는 OTT 서비스의 유형 가운데 숏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8.1%에서 올해 70.7%로 대폭 증가했다. OTT 자체 제작 프로그램, 영화 등 다른 유형의 콘텐츠들이 5% 안팎으로 소폭 증가 또는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콘텐츠 업계는 최근 장르를 불문하고 숏폼에 주목하고 있다. 주로 긴 콘텐츠의 핵심 내용 혹은 재밌는 부분만 짧게 편집해 SNS에서 유통되던 숏폼 콘텐츠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짧은 길이의 전용 콘텐츠도 제작돼 시장에 나온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까지 그 범주가 넓어지고, 전용 플랫폼도 등장했다.

올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숏폼 콘텐츠 중 하나에는 손석구 주연의 영화 ‘밤낚시’가 있다. 총 상영시간이 12분59초에 불과한 이 영화는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스낵 무비’로 2주간만 CGV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지만, 인기에 힘입어 연장 상영까지 됐다. 누적관객수는 4만명을 넘었을 정도다.

숏폼 콘텐츠의 극장 상영에 대한 가능성을 본 CGV는 지난 20일부터 시작한 ‘깊이 빠져 보다: 겨울,’ 캠페인으로 숏폼 콘텐츠를 또 한 번 선보였다. 겨울 감성을 담은 15분짜리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숏폼 콘텐츠 3종을 1000원에 상영 중이다.

OTT들도 숏폼 서비스의 론칭 소식을 속속 알렸다. 왓챠는 지난 9월 숏폼 드라마 전문 서비스 ‘숏챠’를 내놨다. 회당 1분 내외의 세로 형태로 제작된 짧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 다국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내년 초에는 숏폼 드라마 신작인 ‘사이비 교주의 아내가 되었습니다’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티빙도 지난 5일 숏폼 서비스를 도입했다. 앱 내에서 본편 드라마와 예능을 숏폼과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청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티빙은 오리지널 시리즈와 tvN, 엠넷의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 그리고 KBO 리그, 프로농구 등 티빙이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된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우선 선보이고, 내년엔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와 예능을 론칭한다.

이밖에도 대표적인 숏폼 전용 플랫폼으로 탑릴스와 펄스픽이 있다. 각 플랫폼은 지난 4월과 12월에 출시됐다. 편당 2분에 맞춰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드라마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워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다. 펄스픽은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도 선보이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들을 공개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그 미디어에 최적화된 콘텐츠의 형태와 내용으로 변화가 생기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과거 스크린에서만 영화를 보다가 TV가 생기면서 드라마나 시리즈와 같은 일상화된 콘텐츠가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재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등장한 초기라 시선을 끌어야 하다 보니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지만, 앞으로도 그런 콘텐츠만 나오진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