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넉달 연속 ↑… “은행만 노났다” 정치권 압박 커져

입력 2024-12-31 01:02

지난달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넉 달 연속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가 하락했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이유로 요지부동인 까닭이다.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면서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정치권의 은행법 개정 추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15% 포인트다. 지난 10월 평균 1.036% 포인트를 기록하며 1%대를 넘겼고, 7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모두 1% 포인트를 넘어선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27% 포인트로 가장 컸다. 하나은행 1.19% 포인트, 우리은행 1.02% 포인트, 신한은행 1.00% 포인트 순이었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은행권이 지난 8월 이후 일제히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유지했지만 예·적금 금리는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하향 조정한 결과로 분석된다.

예대금리차가 최대 6% 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곳도 있다. 전체 19개 은행 중 전북은행의 지난달 예대금리차는 5.93% 포인트였다. 토스뱅크(2.48% 포인트)와 한국씨티은행(2.41% 포인트), 카카오뱅크(2.04% 포인트)도 2% 포인트를 웃돌았다.

이달에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꼼짝 않는 대출금리와 달리 수신금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도 주요 은행들은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0.05%~0.25% 포인트씩 깎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수신상품 금리를 한 번에 최대 0.40% 포인트 낮추기도 했다.

올해 예대금리차에 따른 이자 수익의 확대로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2조4305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넘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내수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둔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손보는 은행법 개정안을 민생경제 주요 입법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이날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대출이자 비용 부담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가산금리 세부 항목 공시 의무가 포함된 기존 개정안은 폐기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권도 받아들일 만한 내용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은행의 영업기밀로 꼽히는 대출 목표이익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