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익률 -9.63%… 코스피, 마지막날 결국 2400선 내줬다

입력 2024-12-31 01:46

한국 증시가 지난해 말 대비 9.63%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추진 등 호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모든 긍정 효과가 사라졌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8포인트(0.22%) 하락한 2399.49에 거래를 마치며 2400선을 내줬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963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3조원 감소해 20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의 감소 폭(-195조원)이 컸다. 이로써 올해는 코스피가 지난 7월부터 반년 내내 마이너스 월간 수익률을 보인 해로 남게 됐다. 2000년 이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2000년 7~12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6~11월) 이후 세 번째다.

올해 한국 증시를 휘청하게 한 가장 큰 사건은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10조3767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 한 종목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12조원 가까이 매수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가 증시 하락을 이끈 셈이다.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도 증시 상승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산 지배구조 개편’이 대표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병합하는 것이 골자였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주가가 두산 측이 약속한 매수 예정가를 크게 밑돌자 부담을 느낀 두산 측이 사업 개편 계획을 접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경영권 분쟁’에선 고려아연 측이 무리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지난 8월 5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엔화 변동성 확대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이후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26% 올랐고 나스닥 지수도 34% 급등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한 것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이었다. 증시가 연일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코인 가격이 오르자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 부진에 쐐기를 박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 등 호재도 있었지만 대규모 악재가 이어지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일본 증시는 지난해 말보다 19.21% 오르며 역대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날 닛케이 지수는 3만9894로 마감해 연말 종가 기준으로 거품 경제 시기였던 1989년의 3만8915를 35년 만에 넘어섰다. 시가총액이 10조엔(약 93조원)을 넘긴 기업도 18곳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