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 6인 체제’에 대해 “재판관 공석이 조속히 채워져 신속하고 공정한 심판이 가능해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입장을 30일 국회에 밝혔다. 야당은 국회·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된 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을 사실상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임명 불가’ 입장인 여권을 압박했다.
헌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자료요구에 따라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현재의 재판관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 등의 선고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재가 국회 추천 몫 재판관 3명의 공백 상황을 조속히 해소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는 재판관 6인 체제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정당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과거 결정례에서 탄핵심판을 “헌법을 수호하는 비상적 수단”으로 설명하면서 “헌법·법률에 따른 엄격한 운용”을 강조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6인 체제에서는 1명만 기각·각하 의견을 내도 인용되지 않는 만큼 9인 체제라야 객관성·공정성 시비가 최소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10월 14일부터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 헌재법 제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 시킨 채 6인 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헌재 마비 상황을 막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헌재가 조만간 6인 체제의 선고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6인 선고와 관련해) 아직 논의 중”이라며 “현재 상황을 고려해 선고 가능 여부에 대한 논의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통화에서 “공석이 장기화되면 헌재가 결국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균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지난 27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재판관을 선출·지명하면 대통령이 즉시 임명하고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제안이유에서 “임명 거부를 제한해 헌정질서를 더욱 굳건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에 대해선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법률로 제한하려는 위헌적 시도”라고 지적했다. 심경수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불필요한 입법”이라며 “이렇게 법으로 자꾸 옥죄어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구자창 최승욱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