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7살 자녀 손잡고 온 40대 “희생자 중 학생 많아 안타까워”

입력 2024-12-30 19:06 수정 2024-12-31 00:18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추모 행렬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부터 꼬박 밤을 새워 운전해 서울에서 달려온 자영업자까지 많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체육관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추모 공간에는 명패와 국화꽃, 근조 화환이 열을 맞춰 놓여 있었다. 영정사진은 아직 걸려 있지 않았다.

시민들은 오전 11시10분쯤 분향소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곧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다섯 살, 일곱 살 자녀를 데리고 온 전영주(40·여)씨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전씨는 “사고 희생자 중에 어린아이가 많아서 더 마음 아팠다”고 했다.

대학생뿐 아니라 고등학생 등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 3학년 정재윤(18)군은 “희생자 중에 나와 같은 10대 학생이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친구 3명과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조선대에 다니는 추승아(20·여)씨도 “사고가 나자마자 주변 지인들과 안부 연락을 쉴 새 없이 주고받았다”며 “20대 대학생 희생자가 많아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첫 번째로 분향을 마친 송기영(68)씨는 “10년 전 전남 신안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가 있는데, 사고 직후 이 친구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분향소에서 친구의 죽음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했다.

먼 길을 달려온 시민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윤호(24)씨는 이날 오전 3시 가게 문을 닫자마자 곧장 운전해서 무안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최씨는 “분향소가 운영되기 전까지 주차장에서 2시간가량 쪽잠을 자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양순봉(61)씨는 이번 참사로 딸과 사위를 잃은 친구를 돕기 위해 분향소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양씨는 “친구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무안공항에 직접 가지 못한 대신 분향소 자원봉사를 지원했다”며 “29일 밤부터 자원봉사자 300여명이 모여 사전 작업을 했다. 유가족들을 위해 24시간 내내 일하겠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분향소를 운영하는 무안군청에 따르면 오후 9시 기준 조문객 2166명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남도는 일부 유족이 원하는 대로 무안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31일 오전 9시부터 조문객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안=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