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오전 9시30분쯤 달려왔어요. 남 일 같지가 않았어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이틀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신진남 한국여성농업인 무안군연합회장은 30일 “유족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 등은 무안공항에서 전날 낮 12시까지 떡국 3000인분을 무료로 대접했다. 사고 유가족과 공항 관계자, 취재진은 물론 수습현장의 소방대원, 경찰 등이 따스한 국물로 끼니를 때우며 쓰린 가슴을 달랠 수 있었다.
“무안읍 내 떡 방앗간을 다 돌았어요. 또 지역 청년회가 해돋이 행사를 하려고 준비한 떡도 가져오고, 수협이 독거노인에게 주려고 했던 떡까지 다 달라고 했어요.”
이들은 이처럼 모은 떡으로 남도사랑봉사단, 새마을부녀회 등과 함께 이날도 떡국 3000인분을 제공했다. 신 회장은 “우리 고장에서 큰 사고가 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사고 수습과 장례 절차 등이 모두 끝날 때까지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는 곳곳에서 따스한 손길들이 이어지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달래주고 있다.
광주남구자원봉사자센터는 이날 공항 주차장에서 400인분의 무료 도시락을 나눠줬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전남 무안노회 목회자 등을 중심으로 공항 2층에서 칫솔과 치약 등 위생물품을 비롯해 빵과 음료, 귤 등을 제공했다.
또 무안공항 내 카페에는 ‘선결제 봉사’가 나타났다. 카페 점주는 “결제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른다”며 “아메리카노 100잔, 카페라테 100잔을 유가족과 봉사자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비용을 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사망자 유족, 부상자에 대한 피해 보상 지원에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오늘 중 보험금 지급을 위한 현장 상담 창구를 가동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을 위한 의료·심리 지원 체계도 속속 가동되고 있다. 전남도청은 ‘피해자 가족 지원 의료지원반 운영계획’을 마련했다. 의사 1명, 간호사 1명, 행정직원 1명으로 꾸려진 의료지원팀이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피해자 가족을 24시간 지원할 계획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도 전남도청·무안군청과 협의해 전남 시군구 22곳 내 공중보건의 22명을 교대로 파견하기로 했다.
한편 희생자가 몰린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하루 종일 침통한 모습으로 애도를 표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179명 중 광주·전남 지역민은 각각 81명, 76명에 달했다.
무안=김용권 기자, 이정헌 김준희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