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LCC·low-cost carrier)는 대형 항공사보다 요금이 훨씬 저렴하다. 대신 기내 좌석 간격이 좁고, 서비스는 대부분 유료다. 연착도 잦다. 그럼에도 제주도나 가까운 해외여행에는 꽤 매력적인 선택지다.
저가항공의 대표주자인 제주항공은 2005년 1월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합작해 설립됐다. 이후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로K, 에어프레미아 등이 줄줄이 생겼다. 저가항공이 운행된 지 20년 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인명 사고는 없었다. 그런데 LCC 첫 사고가 대한항공 괌 사고 이후 27년 만의 대형 참사가 됐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한 후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참사 하루 만인 어제는 제주항공의 동일 기종(B737-800)에서 랜딩기어 이상이 생겨 회항하는 일이 일어났다. 21명은 불안하다는 이유로 재탑승을 포기했다. 저가항공에 대한 불안이 증폭하며 예매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주항공이 수익성에 지나치게 매몰돼 왔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제주항공의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418시간)은 국내 항공사 중 가장 길고, 항공기 평균 기력(사용연수·14.4년)은 가장 높았다. 행정제재와 과징금도 가장 많이 받았다. 특히 이번 사고기는 직전 48시간 동안 무안 제주 인천 방콕 나가사키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 운행했다. 착륙 후 공항에서 머문 시간이 채 1시간이 안 되기도 했다. 기체 점검을 제대로 받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저가항공을 선택한 소비자는 서비스의 불편함을 감수한 것이지 안전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저비용 항공사도 안심하고 탈 수 있어야 한다. 저가항공 스스로 승객의 안전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