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4년 주가와 환율 망가뜨린 한국 정치

입력 2024-12-31 01:10

어제 주식 및 외환시장에서 올 한 해 거래가 마무리됐으나 투자자들은 웃지 못했다. 코스피지수(2399.49)는 2400선마저 무너지며 연초 개장 대비 10.1%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연중 최고인 1472.50원을 찍으며 올해 13%나 평가절하됐다. 올해 내내 내수가 부진하고 경제 회복이 더딘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주가와 원화가치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내년에도 악재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망은 극히 어둡다.

코스피는 올해 미국 S&P500지수가 26.58%, 나스닥지수는 33.37% 오른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태평양 11개 주요 주가지수 중에서도 수익률이 꼴찌였다. 올해 사라진 시가총액이 250조원이 넘었다. 글로벌 달러 강세 속에서도 원화가치의 추락은 두드러졌다. 특히 계엄사태가 터진 이달에만 원화 가치는 5% 넘게 떨어졌는데 이는 유로, 파운드 등의 3배를 웃돈다. 국내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돈의 흐름이 그 나라 경제 상황의 사전지표로 본다면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 국면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이러다보니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굳건한 신뢰를 보내온 국제 신용평가사들조차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최근 일제히 정치 불안이 장기화하면 한국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조달금리 상승,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해 내수와 투자, 수출 등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상 사태임에도 여야는 탄핵,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네탓’만 일관하며 감정 싸움에 여념이 없다. 경제에 관해서만은 정부와 국회가 한마음이 돼 정치 리스크를 없애야 한다. 이대로라면 자칫 한국 경제는 감당키 어려운 후폭풍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