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광고 판도가 변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던 기존 광고에서 벗어나 예술적인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재미와 완성도를 기준으로 광고를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생긴 변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화 같은 광고’가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품 홍보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영화적 연출을 활용해 감성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달 29일 HD현대가 유튜브에 공개한 광고 ‘The Cube: 더 큐브’의 조회 수는 이날 현재 약 1688만회를 기록 중이다. 영상은 경기 판교에 있는 큐브 모양의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가 밤마다 실제 큐브처럼 돌아간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영상 속 주인공(배우 남지현)은 해당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밤늦게 GRC에 잠입해 건물이 큐브처럼 돌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HD현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우주에서 출근하는 외계인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 같은 광고는 드라마에 제품 간접 광고(PPL)가 녹아드는 것처럼 기업이나 제품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HD현대 또한 ‘더 큐브’를 통해 자사의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사옥 구조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했다. HD현대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기술을 사실 외계인이 만들고 있다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기술에 대한 HD현대의 진심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실제 단편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8분짜리 단편 영화 ‘중독: 나한테만 보이는’을 공개했다. 이 영화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따른 도파민 중독의 위험성과 AI의 올바른 활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AI 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단편 영화는 SK텔레콤의 거대언어모델(LLM) ‘A.X’(에이닷엑스)의 역량을 알리기 위한 게 주 목적이다. 영화의 시나리오 초안을 에이닷엑스가 작성했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이 영화는 기술력과 창의성을 결합해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사례로 꼽힌다.
산업계 관계자는 “영화 같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장기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