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이 감도는 검은 옷을 입은 남성 6명이 피리, 북 등 악기를 연주한다. 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재주를 부리는 곳은 그런데 상여 위다. 상여에 꽂거나 세워 망자가 저승으로 향하는 길을 동행하는 목각 장식물 ‘꼭두’에는 이런 악공(사진)도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꼭두’ 기증 특별전을 내년 3월 3월까지 한다.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지난해 기증한 꼭두 1100여점 점 중 250여점을 엄선했다. 전시 제목은 ‘영원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 꼭두’. 꼭두는 망자를 호위하고, 시중들고 위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꼭두는 상여 종류에 따라 10∼30여 점을 장식했다고 한다. 망자를 대신해 짐이나 부채, 우산을 들어주는 등 시중을 들거나 음악과 춤, 재주넘기로 분위기를 띄우는 광대도 있다. 혹시나 있을 위협에 대비해 말이나 호랑이를 타고 있는 호위무사 꼭두도 있다. 전시에는 실제 꼭두가 꽂힌 상여도 나와 실감을 더한다.
이건욱 전시과장은 31일 “꼭두는 조선 후기, 이르면 조선 중기부터 장례 문화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시대상을 반영해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기도 했다”면서 “전시장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일제 강점기의 일본 순사가 그런 예”라고 말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은 20대 초반 서울 청계천 골동품 가게를 드나들다 우연히 상여 장식에 쓰이는 목각 인형을 알게 된 뒤 반세기 가까이 수집했다. 전국을 다니며 이를 모았고, 상여 장식으로만 불리던 목각 인형을 일컫던 ‘꼭두’라는 이름도 살려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꼭두 기증품과 관련해 “그 누구도 꼭두에 주목하지 않았던 때부터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이어온 흔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은 기증 문화를 독려하기 위해 해마다 기증전을 연다. 2022년에는 사진가 빅토르 안의 고려인 사진전, 2023년에는 매듭공예가 이부자의 매듭전 등 기증 특별전을 열었다. 기증받은 매듭은 지난해부터 호주와 필리핀에서 순회전을 진행하고 있다. 꼭두 전시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의 해외 전시 패키지로 편성돼 외국에 소개될 예정이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