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도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업계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대조적인 성과다. 사회적 책임 외면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코스트코의 성장세는 업계 2위 홈플러스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30일 코스트코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이 6조530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6% 증가했다. 2위인 홈플러스와 격차가 약 4000억원으로 좁혀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홈플러스와 코스트코의 매출 격차는 2조5000억원이었다. 코스트코는 그러나 연평균 10%가량씩 성장하며 홈플러스를 바짝 추격했다.
국내 최대 규모 코스트코 매장인 서울 양재점의 경우 주말에는 개점 시간인 오전 8시에 오픈런을 할 정도로 붐빈다. 코스트코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메리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직전 4주간 코스트코 방문자 트래픽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11.1%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이마트는 -17%, 홈플러스는 -4.5%를 기록했다. 코스트코 성장은 불황과도 연관이 깊다. 대용량 상품을 박스나 묶음 단위로 판매하는 박리다매 전략이 불경기 가운데 가성비를 추구하려는 소비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트코의 호실적에 씁쓸하다는 지적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코스트코의 사회공헌 기여도가 낮은 점, 각종 사고 대응에 미진했던 점 등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야외 주차장에서 카트 관리 업무를 맡던 20대 청년이 사망해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해 지탄받았다. 올해도 이물질, 대장균 검출과 같은 식품 안전 문제와 조리실 가스 누출 사고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감장에 소환됐다.
높은 수익에도 국내 기여도는 낮다는 지적 역시 끊임없이 제기된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이번 회계연도 순이익의 67%인 약 1500억원을 미국 본사에 배당했다. 반면 국내 기부액은 12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당기순이익의 0.5%,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코스트코가 국내에서 높은 수익을 내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반면 홈플러스의 위기는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점포 수는 2019년 140개에서 지난 3분기 기준 129개로 줄었고, 11개 점포가 폐점을 앞두고 있다. 꾸준한 점포 정리에도 3년 연속 적자다.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기도 했다. 10년 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아직까지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6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수요 증가에 코스트코의 성장 동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흐름이라면 내년쯤 매출에서 홈플러스를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