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함 알리예프(사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자국 여객기를 오인 사격한 러시아의 사건 은폐 시도를 비난하며 러시아에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알리예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사고 여객기는 대공 공격으로 격추됐다. 이 공격에 고의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불행하게도 사건 발생 후 사흘간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조류 충돌 같은 터무니없는 설명만 들었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는 책임을 인정하고 우방국인 아제르바이잔에 사과해야 한다. 또 관련자를 형사 처벌하고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객과 승무원 67명을 태운 아제르바이잔항공 J2-8243편 여객기는 지난 25일 수도 바쿠에서 이륙해 러시아 남부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돌연 경로를 바꿔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외곽에 비상 착륙을 시도했지만 추락했다. 이 사고로 38명이 사망했다.
사고 초기 러시아 항공 감시 업체와 관영 매체들은 새 떼와의 충돌, 그로즈니의 악천후. 기내 산소통 폭발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정부 조사단은 러시아 방공망의 오인 사격에 의한 격추로 잠정 결론을 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 일 알리예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당시 그로즈니에 방공망이 가동됐다”며 사실상 러시아군의 오인 사격을 인정했다. 당시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사과했다”고 밝혔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국영 아제르타크통신에 “사과는 받았다. 이제 처벌과 보상도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