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날이다. 분위기가 여느 연말과는 사뭇 다르다. 나라는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고 민심은 어지럽다. 매시간 쏟아지는 뉴스는 불안과 분노를 부추기고 사람들은 서로를 향한 비난과 정죄를 쏟아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송구영신 할 여유조차 없다. 막막한 심정으로 우리는 “어찌할꼬”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같은 탄식이 오순절 성령강림 후 예루살렘에 있었다. 베드로의 첫 설교를 들은 유대인들은 “우리가 어찌할꼬”라고 물었다.(행 2:37)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는 말씀이 인정되니 그들은 마음이 찔렸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 앞에서 그들은 갈 길을 잃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기 전까지 그들은 예수께서 메시아라는 것도 몰랐고, 그분을 죽인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는 오늘 우리 모습과도 같다. 나라의 혼란에 대해서 상대 진영만 탓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더욱 심한 싸움을 벌인다. 가정에 갈등이 생기면 배우자를 탓하며 억울해한다. 갑자기 닥친 고난에서 남 탓, 상황 탓을 하며 분노한다.
1997년 외환 위기도 큰 어려움 없이 넘긴 한 사업가가 있다. 그런데 2011년 겨울 그는 무리한 투자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찌할꼬”만 외치며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그에게 말했다.
“아빠 이러다 죽겠다. 제발 교회 한 번만 가자.” 사실 그는 미션스쿨을 나왔고 세례도 받았었다. 하지만 돈을 좇아 살면서 교회를 떠났고 예수 믿는 친구들을 무시했었다. 곤고한 상황에서 딸의 사정에 못 이겨 다시 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교회를 다닌다고 하자 형제들의 비아냥도 들었고 믿음의 확신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주일 “내게 먹을 것이 떨어져야 하나님과 화해하고 사람과도 화해할 수 있다”는 목회자의 메시지가 그의 마음을 찔렀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 형제들과 깊은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이 말씀을 듣고 자신이 제일 큰 죄인임을 깨닫게 됐다. 그동안 돈을 하나님처럼 섬겼던 죄를 회개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은 고난 가운데 말씀이 들려 참된 하나님을 본 것이다.
이렇게 자기 죄를 깨닫자 그는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외면했던 ‘빚부터 갚으라’는 공동체 권면에 순종할 수 있었다.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지체들이 몸소 찾아와 격려해줬다.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공동체에서 솔직히 고백하며 기도하니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심을 경험했다.
가장 큰 은혜는 가정의 회복이었다. “교회 한 번만 가자”고 했던 딸은 아버지의 변화를 보며 믿음이 더욱 깊어졌고 예수 믿는 청년과 결혼해 믿음의 가정을 이뤘다. 매 순간 말씀으로 “어찌할꼬” 물으며 하나님 앞에 작은 순종을 쌓아가자 형제들과의 관계도 회복되어 갔다.
이것이 한 사람의 진정한 회개가 가져온 놀라운 열매다. 남 탓, 상황 탓할 때 결코 볼 수 없는 회복이 내 탓을 인정하고 회개할 때 일어난다. “어찌할꼬”에 대한 답은 회개하고 세례를 받는 것이다.(행 2:38)
그러면 성령의 선물을 받는다고 하신다. 어지러운 시국에 대해서도, 가정 안에 일어난 다툼에 대해서도, 불현듯 찾아온 온갖 어려움에 대해서도, 남 탓을 멈추고 내 탓을 고백할 때, 진정한 회복자이신 성령을 의지할 수 있다. 결국 한 사람의 회개는 한 나라의 회복까지 가져오는 열쇠다.
해가 바뀌는 오늘 세상은 여전히 화려한 불꽃과 함성으로 새해를 맞이하려 한다. 그러나 성령 받은 우리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로 새해를 열어야 한다. 우리부터 말씀으로 마음이 찔려 자기 죄를 보게 된다면 그것이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회복의 시작이다. 이것이 곧 우리가 모두 받아야 할 성령의 선물이요 진정한 축복이다. 우리가 이 선물을 받아 진정한 회개의 열매를 맺을 때 2025년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뤄지는 소망의 해가 될 줄 확신한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