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성전 통창에 담긴 4계절 풍광… 성도들에 쉼·회복 선물

입력 2024-12-31 03:08
김진석 남양감리교회 목사와 양민수 아벨건축사사무소 대표(오른쪽)가 지난 21일 최근 건축한 교회 건물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경기도 화성 남양감리교회(김진석 목사)는 인천 내리교회의 존스 선교사가 설립한 남양 지역 모교회다. 당시 존스 선교사와 복정채 권사는 1894년 남양 지역 복음화와 제자 육성을 위해 남양감리교회를 설립했다. 교회는 1901년 이 지역 근대교육의 요람인 보흥학교를 세웠고 1902년 여성 교육을 위해 제하여학교를 설립했다. 또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인 이필주 목사가 1934년 부임해 목회했고 끝까지 창씨 개명을 거부해 민족적 지조를 지켰다.

이필주 목사 기념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남양감리교회는 이런 역사와 전통을 계승,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세대를 위해 지난 10월 새 교회당을 건축했다. 올해 창립 130년을 맞아 건축한 교회당은 주차장을 포함해 6922㎡(2094평) 부지에 710㎡(215평) 지상 2층, 예배당 500석 규모다. 담임 김진석 목사는 지난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전은 현대적인 외관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공간 구성으로 성공적인 건축 모델로 이미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새 교회당은 아벨건축사사무소 양민수 대표가 설계했다. 이날 동행한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가치를 교회 건축에 적극 반영, 최근 국민일보 기독교 브랜드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년 전 양 대표가 설계한 장호원교회를 보고 언젠가 교회를 건축하면 양 대표에게 맡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공개 입찰하자는 성도들의 뜻에 따라 현상 설계를 했지만 양 대표의 설계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김 목사의 설명이다.

교회 건물은 1층엔 카페 목양실 세미나실 행정실 화장실 등을 배치했다. 2층은 예배당으로 구성됐다. 1층 카페는 교회와 인접한 도로 쪽에 설치했다. 지역 주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했다. 또 외부 벽면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개방감을 준다. 김 목사는 “카페 내 테이블과 의자 디자인이나 색상, 기능이 현대적이고 인근에 이렇게 넓고 쾌적한 카페는 유일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남양감리교회 새성전 전경.

이날 양 대표는 새 성전의 구석구석을 안내하면서 창문을 액자처럼 활용해 담아낸 풍경인 차경을 통해 성도들의 쉼과 회복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배를 드리기 위해 2층으로 향하는 공간에서 성도들의 시선과 반응을 적극 고민했다고 말했다.

예배당은 주차장에서 연결된 문과 1층 카페에서 들어갈 수 있는 문으로 연결된다. 성도들이 1층 카페에서 방화문을 열면 눈앞에 계단이 있고 그 정면에 1m가 안 되는 통창이 있다. 창밖으로는 교회가 조성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계단을 중간쯤 오르면 역시 비슷한 크기의 창을 통해 전원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양 대표는 “두 창을 통해 이 지역의 4계절을 하나의 그림 작품처럼 보여주고자 일부러 창의 위치와 크기를 고려했다”며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이런 풍경이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를 주고 예배를 준비하게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본래 한국의 전통 건축은 차경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며 일반인들은 생각지 못한 부분을 건축가는 의도를 갖고 보이는 것을 연출하고 그것이 심적으로 크게 와닿도록 공간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2층에 다다르면 예배당 로비의 바깥쪽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 위로는 작은 창들이 불규칙하게 위치하고 있다. 이 창은 별빛을 의미한다고 한다. 별빛의 밝기가 다르듯 창의 크기도 다르게 만들었다. 머리 아래로는 통창이 있어 바깥을 내다보게 한다. 양 대표는 “이 창은 일부러 성도들의 시선을 빼앗아 마음을 환기하는 기능을 한다”면서 “그러고 나서 예배당으로 시선을 옮기면 생각하지 않았던 공간과 마주하게 되며 그 공간은 사람을 압도하고 더 몰입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예배당은 세로로 긴 형태로 복도 가운데에 빨간색 카펫을 깔았다. 김 목사는 예배당에 설치한 간접 조명을 가리키며 만족스럽다고 했다. 조명 빛이 아래로 향해 성도석에서, 또 성도석을 바라보는 단상에서 눈부심이 없다고 했다.

양 대표는 또 예배당 단상의 뒤편, 예배 순서자들이 이동하고 대기하는 공간도 특별하게 설계했다. 이 공간을 단순한 이동 통로나 대기 공간이 아닌 교제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통로 공간을 넓히고 벽면을 창으로 만들어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한쪽에 테이블과 의자도 배치했다.

김 목사는 “구 성전을 매각한 대금으로 새 성전을 건축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전적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성전이 되도록 성도들이 마음을 모으고 뜨겁게 기도했다”며 “우리 성도들은 물론 좋은 성전을 설계해준 건축사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